12월31일 아침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쪽지와 소주, 호떡 등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 놓여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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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신년음악회는 보통 밝고 희망찬 음악으로 채운다. 하지만 12·3 내란사태와 탄핵 정국에 이어진 제주항공 참사로 마냥 들떠 축배를 들 수는 없는 을사년 벽두다. 이에 신년음악회를 여는 공연장과 음악 단체들도 연주회에 애도와 위로를 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서울시향은 오는 10일 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를 추모곡 연주로 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간단한 묵념의 시간도 갖기로 했다. 국외 체류 중인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접하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음악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올해 서울시향 창단 80돌, 재단 설립 20돌을 맞아 여느 해와 달리 츠베덴 음악감독이 직접 신년음악회 지휘봉을 잡는다. 추모곡 연주에 이어 힘차게 박동하며 시작하는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로 문을 연다. 티보르 버르거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샛별로 떠오른 16살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이 이어진다. 2부는 신년음악회 단골 메뉴인 왈츠로 채운다.
서울시향이 오는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신년음악회에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16살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서울시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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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의전당이 기획해 국립심포니가 연주하는 9일 신년음악회도 일부 프로그램을 바꿨다. 원래 준비한 첫 곡은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올림픽 팡파르와 주제’였다. 불을 뿜는 금관에 타악기가 가세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곡인데, 요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프로그램에서 제외했다. 2부 첫 곡으로는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를 연주한다.
예술의전당은 앞서 지난달 31일 제야 음악회에서도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근심·걱정 없이 폴카’를 빼고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가운데 9번째 변주 ‘님로드’(nimrod)를 연주했다. 타이타닉호 침몰 희생자 추모를 위해 영국 작곡가 엘가의 지휘로 연주된 이후 추모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4~5분 안팎의 차분한 곡이다.
금호아트홀은 오는 9일 아레테 콰르텟이 연주하는 하이든 작곡 ‘십자가 위 예수의 마지막 일곱 말씀’으로 신년음악회를 연다. 마침 이 곡은 불안과 공포, 절망에 휩싸인 사람의 슬픔과 용서를 그린 내용이라 추모 분위기와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9곡으로 구성된 이 곡은 원래 관현악곡이었으나 하이든 스스로 현악사중주와 합창곡으로도 편곡했다.
대원문화재단이 오는 11일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여는 신년음악회에서 베토벤 3중협주곡을 협연할 피아니스트 김대진(오른쪽부터)과 첼리스트 김두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대원문화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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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온 대원문화재단은 오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요엘 레비가 지휘하는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과 신년음악회를 연다. 베토벤 3중협주곡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3중협주곡 협연진이 화려하다. 피아노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바이올린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지영, 첼로는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수석으로 활동했던 김두민이다. 별도의 추모곡을 연주하는 대신, 사회를 맡은 김주영 피아니스트가 간단하게 언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는 오는 15일 국립극장에서 관현악과 현대무용, 오페라 아리아, 국악을 아우르는 무대를 선보인다. 경기아트센터와 마포아트센터도 오는 18일 각각 신년음악회를 연다. 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는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집시 카니발’을 주제로 테너 김민석,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이명주 등이 출연하는 신년음악회를 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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