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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좁혀지는 사고원인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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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수거' 사고 발생 원인규명 본격화
짧은 활주로, 로컬라이저 받침대 등 지적 쏟아져
철새도래지 입지, 제주항공 운항강도 등도 문제


"메이데이(조난) 메이데이 메이데이,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 버드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착륙하지 않음)"

179명의 사망자를 낸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났다. 정부는 피해자 수습 및 유가족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꾸려 사고 원인 규명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고 항공기의 블랙박스도 수거됐다. 이제 그날의 기록을 명확히 돌아보고, 무안공항 및 제주항공의 운영상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일이 남았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당장 짧은 활주로, 비행기가 충돌한 단단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 언제든지 조류 충돌의 위험이 있는 공항 입지, 쉴 틈 없이 여객기를 띄운 제주항공 등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추정이 공통으로 나온다.

비즈워치는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한 14차례의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 내용 등을 토대로 사고 발생과 사고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추정되는 4가지를 3일 종합 정리해봤다. (블랙박스로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보잉 737-800 기체 결함 가능성 등은 우선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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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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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짧은 활주로 길이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7C2216편(방콕-무안)은 '버드 스트라이크'(새떼 충돌) 후 비상 착륙인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넘어서 로컬라이저 및 지지대와 외벽을 연이어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일각에선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공기 저항을 일으키는 랜딩기어를 펴지 않아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했다. 결국 19방향(북→남) 활주로 1200m 지점에서 터치다운(접지) 하면서 활주로를 절반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통상 터치다운 위치는 400m 정도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총 2800m지만 활주로 연장 공사로 지난 10월부터 2500m(19 방향만)로 줄여 운영되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300m라도 추가로 확보돼 있다면 동체착륙 시 속력이 그만큼이라도 줄어 충돌 강도가 낮아질 수 있었을 거란 일부 분석이 나왔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인천공항(3700m), 김포공항(3600m) 등 지역 거점 공항에 비해 짧은 편이다. 무안공항은 사고 이전부터 기존 2800m인 활주로를 3160m로 확장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제선 항공 수용과 항공기 운항을 위해서다.

그러나 국토부는 활주로 길이는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은 아니라고 밝혔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군공항과 활주로를 공유하는 대구공항(2755m)과 청주공항(2744m)에 비해선 길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공항은 이전에도 유사한 크기의 항공기가 계속 운항해왔다.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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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 추정 개요도/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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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논란의 로컬라이저 둔덕

사고 원인으로 가장 많은 지목을 받는 건 '로컬라이저'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의 정확한 착륙을 돕는 일종의 안테나 시설이다. 무안공항에선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형 둔덕에 쌓아 논란이 됐다.

둔덕 내부가 콘크리트 재질 구조물인 탓에 충돌 시 충격이 크고, 둔덕이 지상으로 2m가량 돌출된 형태라 피해가 더 컸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로컬라이저 높이(2m)까지 합하면 총 4m 높이의 장애물인 셈이다.

공항시설법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3조 제3항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혹여 충돌했을 경우 항공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이 규정은 착륙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등의 위치에 적용된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됐기 때문에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국토부의 입장이다. ▷관련기사: 하늘에서 본 연도별 '무안공항 남측 로컬라이저'(1월2일)

위치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착륙대 끝에서부터 로컬라이저 앞까지 240m 이상을 '종단안전구역'으로 확보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 구역은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에 대비해 확보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무안공항의 경우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에 따라 종단안전구역 최소 의무 기준인 90m를 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제 기준 등을 검토해 로컬라이저 설치 위치, 재질 등이 적법한지 재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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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환경영향평가서(재협의)' 문서 중/자료=무안군청 고시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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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하필 철새도래지에

공항의 입지 자체가 사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무안공항은 철새 도래지에 위치해 입지 선정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주변으로 창포호, 무안저수지 등 6곳의 철새 도래지에 둘러싸여 있다.

지난 2021년에도 국토부 산하 부산지방항공청이 무안군청에 보낸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환경영향평가서' 재협의 문서에는 공사 단계에서 주요 환경영향에 대한 저감방안 중 하나로 '겨울철새의 주요 도래기(11월 말~3월 초)에는 강도 높은 토공사 등의 공정을 지양한다'고 기재돼 있다.

운영 단계에선 '수조류, 맹금류의 항공기 충돌사고 방지를 위한 저감방안 수립·운영'이 기재돼 있다. 공항 활주로 확장을 위해 2022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무안공항 주변 13km 이내 철새 도래지는 총 4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공항공사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6년간 전국 14개 지방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는 총 559건이었다. 무안공항은 10건에 그쳤지만 운항 편수(1만 1004편) 대비 발생률이 0.09%로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조류 퇴치 전담 인원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조류 퇴치 전담 인원은 4명으로 김포공항(23명), 제주공항(20명), 김해공항(16명) 등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사고 당시 조류 퇴치 근무 인원은 야간조 인력 1명과 주간조 인력 1명이 교대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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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29일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관련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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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쉴 틈 없는 제주항공

제주항공의 높은 가동률도 사고의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각 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와 동일 기종의 'B737-800'의 항공사별 일평균 가동률(여객 기준)은 해당 기종을 보유한 5개 항공사 중 제주항공에서 14.14시간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일 평균 가동률(시간)이다. 가동률은 총 운용 시간(이륙~착륙)을 운용가능 항공기 대수로 나눈 비율이다. 제주항공의 해당 사고기종은 하루 평균 14.14시간을 실제 운항에 쓰인 것이다.

다른 항공사의 경우 △진에어 11.35시간 △티웨이항공 10.94시간 △대한항공 8.60시간 △이스타항공 6.46시간 등으로 나타났다. 가동률이 가장 낮은 이스타항공과 비교하면 제주항공의 가동률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해당 사고기는 사고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48시간 동안 총 8개 공항을 13차례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공항에 머무는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승객 승하차 시간 등을 감안하면 정비 시간이 적었을 거란 추정이 나온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 최소 정비 시간인 '28분'을 간신히 맞춰 운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높은 가동률과 최소 정비 시간 등이 이번 사고와 연관성이 있는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동률 규제 또한 별도로 있지 않아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를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은 2일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 등 관계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출국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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