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브로드컴 '신흥강자'로
시총 1조弗 넘어 엔비디아 위협
뒤처진 인텔은 850억弗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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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 증시를 달궜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열풍 속에서 한때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던 브로드컴과 인텔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네트워크·통신용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삼았던 브로드컴은 엔비디아 천하였던 AI 반도체 시장을 ‘주문형 반도체(ASIC)’로 공략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반면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의 황제였던 인텔은 AI 전환에 뒤처지며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60% 가까이 추락하는 등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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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470조 원)가 넘는 상장기업 10곳 중 3곳이 반도체 기업이었다. 고성능 AI 칩인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3조 3671억 달러)와 대만 기반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1조 393억 달러), 통신용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1조 1042억 달러)이 주인공이다. 3개사의 기업가치는 5조 5000억 달러(약 8094조 원)에 육박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을 웃돈다.
특히 브로드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연초 대비 기업가치가 117% 오르며 13일 기준 미국 기업 기준 아홉 번째로 1조 달러의 고지를 넘었다. 뛰어난 반도체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AI 가속기를 생산해 범용 GPU로 AI 가속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른 것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앞서 브로드컴은 구글·메타·바이트댄스 등과 협업해 더 저렴하고 전력 소모는 적은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관련 매출이 2027년에는 600억~900억 달러(약 88조~132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반도체 관련 매출이 3년 뒤에는 올해 브로드컴의 전체 매출인 516억 달러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인텔의 경우 연초 2015억 달러였던 기업가치가 855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2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의 3배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이제는 인텔 전체의 매출을 다 합쳐도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사업부 매출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가속기 시장을 장악했고 TSMC는 칩 위탁 제조의 주도권을 잡았으며 브로드컴은 여러 빅테크 고객들이 자체 맞춤형 칩을 설계하는 것을 지원하면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사방이 막힌 이 업계의 선구자(인텔)에 2024년이 힘든 한 해였다면 2025년은 그 이름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인텔보다는 덜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의 핵심 메모리에서 앞서가고 파운드리는 TSMC에 뒤처지는 상황에서 아직 방향을 수정할 시간은 있지만 한때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리더십에 대한 신뢰는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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