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등 수색 요원들이 사고기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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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체 규명의 열쇠가 될 ‘블랙박스’ 중 하나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에프디알)의 외형이 훼손돼 현재 상태로는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디알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기 위해 필요한 연결장치(커넥터)가 본체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사 당국은 국내 동일 기종에서 탈락된 에프디알 커넥터를 추출해 대체하는 방안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로 에프디알을 이송해 분석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데이터 추출과 분석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공산이 높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고기에서 수거된 에프디알은 데이터가 담긴 메모리와 전원이 들어오게 하는 파워서플라이 사이 커넥터가 사라지고 없었다”며 “이 커넥터 부품이 국내에 있는지를 찾고 있다. 동종 기종에 탑재된 에프디알에 사용된 커넥터를 찾아 대체하는 방법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대체 커넥터를 국내에서 구하는 일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 대비해 에프디알을 직접 미국으로 이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사고 원인 규명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공산이 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는 전세계에서 분석을 의뢰하는 블랙박스 장비가 줄을 잇기 때문에, 분석 의뢰에 따른 대기기간만 6개월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대체 커넥터를 찾지 못할 경우 미국에 보내 분석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해당 커넥터를 구해 오는 방안 등도 함께 고려하고 있지만, 분석 과정의 혼선을 줄이는 것이 더 주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에프디알과 또 다른 블랙박스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해 분석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시브이알은 외형상으로는 문제가 없고 진흙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고 정부 쪽은 밝혔다.
커넥터가 사라진 에프디알은 운항을 정지할 때까지 항공기의 속도 및 고도, 비행경로, 엔진 성능 정보, 랜딩기어 작동, 조종사의 입력 등의 정보가 담겨 있어 참사 원인 규명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에프디알에 저장된 데이터도 손상됐는지, 손상됐다면 복구할 수 있는지 등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태다.
국토부 쪽은 이날 사고기와 무안국제공항 관제실 사이에 교신한 내용을 확인하고 사고기 착륙 당시의 관제사와 면담도 진행했다. 정부는 교신 내역과 관제사 면담 내용 공개 시점을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았으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한 만큼 조만간 주요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랙박스 분석과 기체 결함 여부 등 사고 원인을 합동으로 조사하기 위해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 관계자 2명과 사고기 제작사인 보잉 관계자 2명이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합동조사에 합류했다.
최하얀 박수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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