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로컬라이저 부딪히며 폭발
“로컬라이저가 부서졌다면 피해 줄었을 것”
보통 쉽게 파손되는 구조…국토부 “살펴보겠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군인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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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해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중 하나로 활주로밖에 설치된 콘크리트 시설물이 지목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를 빠르게 이탈한 뒤 흙과 콘크리트로 방호벽처럼 만들어진 방위각시설(Localizer·로컬라이저)에 처박히며 폭발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밖에는 항공기의 이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는 계기착륙 유도 장치 중 하나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콘크리트와 흙으로 방호벽처럼 만든 2m 높이의 기초 구조물 위에 설치돼 있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지면이 기울어져 기초 구조물을 만들어 수평을 맞춘 뒤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주로가 끝나는 곳에서 225m 지점에 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을 시도했던 제주항공 여객기는 활주로를 빠른 속도로 이탈했다. 사고 여객기는 2800m인 활주로 중 1200m 지점에서 착륙을 시작했는데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에 그대로 처박히며 폭발했다.
폭발 충격으로 여객기는 꼬리 부분만 남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로컬라이저를 뚫고 지나갔다면 사망자가 훨씬 적었을 수 있다고 본다. 항공기의 활주로 이탈에 대비해 공항에선 보통 로컬라이저가 쉽게 파손되는 구조로 조성돼 있다고 한다.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국항공대 교수)는 “로컬라이저가 부서져 여객기가 쭉 미끄러졌다면 사망자 등 피해 규모가 훨씬 줄어들었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면서 “자세한 규정은 따져봐야겠지만 (참사의)간접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윤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겸임교수도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대형사고를 유발한 여러 요인 중 하나”라며 “여객기가 충돌 전 굉장히 속도가 빨랐는데 왜 날개 플랩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국내 다른 공항에도 무안공항과 비슷한 로컬라이저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공항과 포항공항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구조물과 관련해서는 국내 규정과 해외 규정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으면 어땠을 것인지 등을 사고 조사 과정에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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