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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세계문화유산에 ‘못질’한 KBS 드라마 촬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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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병산서원 ‘훼손’ 신고

안동시 “피해 현장 살필 것”

KBS “사과…복구방법 논의”

경향신문

지난달 30일 KBS 드라마 촬영팀으로 보이는 이들이 안동 병산서원에서 건축물 기둥에 못을 박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 민서홍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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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에서 소품 설치를 위해 건축물 기둥에 못을 박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안동시는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문화재 피해 현황 확인에 나섰다.

2일 경북 안동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3~4시쯤 KBS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에서 만대루와 서원 나무 기둥에 소품용 모형 초롱 여러 개를 매달았다.

목격자들은 이 과정에 망치와 못이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안동시에 문화재 훼손 신고를 접수했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다.

건축가인 민서홍씨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라마 스태프들이 소품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병산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면서 “나이가 지긋한 중년 신사분이 스태프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고 썼다.

이어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안동시와 병산서원은 즉각 KBS 제작진에 원상복구를 요청하고 피해 현황을 확인한 후 추가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촬영 허가는 했으나 문화재에 어떠한 설치를 한다는 건 협의가 이뤄진 바가 없다”며 “촬영 허가 조건으로 문화유산에 훼손 행위를 금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KBS는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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