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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0.2㎜ 차도 결함" 비행거부 기장 중징계…"영웅"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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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미달 '인디케이터 핀' 교체 요구한 기장

받아들여지지 않자 운항 거부…"기체 결함"

항공편 15시간 지연…승객 불편 사유로 중징계

아시아경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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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직원들이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가 예견된 사고였다고 지적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과거 '기체 결함'을 이유로 비행을 거부했다가 회사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한 기장이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30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제주항공의 정비 환경이 열악했으며 기존부터 기체 결함이 잦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제주항공 직원 A씨가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제목의 글에서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며 "사장 하나 잘못 데려와서 정비, 운항, 재무 모두 개판 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항공 정비사들이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타 항공사 대비 무리한 업무를 담당하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원래부터 기체 안전이 위태로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주항공 정비사 "정비사들은 야간에 13~14시간을 일한다. 밥 먹는 시간 20분 남짓을 제외하면 쉬는 시간 자체가 없다"며 "(승객들은) 타 항공사 대비 1.5배 많은 업무량과 휴식 없이 피로에 절어서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이 정비하는 비행기를 타는 거다. 언제 큰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아시아경제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폭로 글 갈무리.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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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난 1월 티웨이항공 기장 B씨가 베트남 나트랑 공항에서 이륙을 앞두고 기체 결함 때문에 비행을 거부한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B씨는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 상태를 알려주는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사내 규정인 운항기술공시에 미치지 못한 것을 확인해 회사에 브레이크 교체를 요구했다.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10월11일 마련한 '운항기술공시 23-49'에 따르면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1㎜ 또는 그 미만인 경우 브레이크를 교환하게 돼 있다. 당시 핀의 길이는 0.8㎜였다. 사측은 안전 운항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며 이륙할 것을 요구했으나 기장인 B씨는 끝내 비운항을 결정했다.

이 문제로 항공편이 15시간 지연되자 티웨이항공은 승객 불편 등을 사유로 B씨에게 최종 5개월의 정직 징계를 내렸다. 3개월 이상의 정직은 조종 자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징계다. 이에 대해 티웨이항공은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1㎜ 넘게 남은 상태에서 교환할 경우 부품 제작사로부터 페널티를 부과받는다고 주장했다가 제조사인 보잉사와 부품 제조사에 그런 규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페널티가 아닌 비용 문제라고 말을 바꿨다.

누리꾼들은 "티웨이 기장님 같은 분들이 영웅" "어쩌면 참사를 막으셨을지도" "저러다 대형 사고 나면 어쩌려고 저러냐" "항공사들 안전불감증 진짜 심각하네. 한숨 나온다" "이래서 비행기 타겠나" "중징계라니 기가 찬다" "블라인드 글 보니까 앞으로 비행기 타기가 무서움" "당분간 해외여행 갈 일은 없을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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