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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대리구매한 복권 20억 당첨되자…"잘못 보낸 사진" 돌변한 가게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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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당첨되자 "당신 것 아냐" 오리발

법원, 손님 손 들어줬으나 남은 돈 없어

중국에서 단골손님 대신 복권을 구매했다가 1등에 당첨된 복권 판매소 주인이 소송 끝에 패소했다. 하지만 이 손님은 소송에 승소하고도 수년째 복권 당첨금 수십 억원 중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북부 산시성 시안시 출신 야오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평소 정기적으로 복권을 구매했던 그는 2019년 7월17일 단골 가게인 복권 가게 주인 왕씨에게 20위안(약 4000원)을 송금하고 대신 복권 두 장을 구매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시아경제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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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씨는 무작위로 복권 두 장을 산 다음 인증하기 위해 야오씨에게 복권 사진까지 전송했다. 그런데 야오씨의 부탁을 받고 왕씨가 대신 구매한 복권 두 장 중 한 장이 당첨금 1000만 위안(약 20억원)에 덜컥 당첨됐다. 야오씨의 기쁨은 곧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사진으로 받았던 복권을 실물로 받기 위해 왕씨를 찾아갔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은 것. 왕씨는 야오씨에게 "당첨된 복권은 다른 사람이 산 것이었는데 당신에게 사진을 잘못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왕씨는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15만 위안(약 3000만원)을 제시하면서 대신 휴대전화의 모든 대화 내용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야오씨는 복권을 직접 구매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달 뒤 야오씨는 거액의 복권 당첨금을 수령한 사람이 왕씨의 사촌 가오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오씨는 복권 당첨 두 달 후인 2019년 9월 산시성 복권관리센터에서 세금을 공제한 당첨금 800만 위안(약 16억원)을 수령했다. 이 사실에 격분한 야오씨는 왕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당첨 복권의 진짜 주인은 가오씨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소송 끝에 시안시 인민법원 재판부는 2021년 10월 "가오씨는 복권 1등 당첨금을 야오씨에게 반환해야 한다"며 "왕씨 또한 이 당첨금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가오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지난 7월 시안시 중급인민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가오씨가 복권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두 번의 승소에도 야오씨는 당첨금을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했다. 가오씨의 은행 계좌에 잔액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의 자택은 경매에 넘어갔으나 아직 낙찰되지 않았다.

이에 야오씨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마냥 기쁘지 않다"면서 "변호사 비용으로만 수십만 위안을 부담했다.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야오씨 측 변호사는 법원에 가오씨의 복권 당첨금 사용 명세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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