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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박노자의 지금, 이 문장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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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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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l 레닌그라드대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대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전환의 시대’ ‘전쟁 이후의 세계’ 등 많은 책을 썼다.





한홍구는 ‘유신’을 박근혜 시절에 펴냈다. 박근혜의 적폐 정권이 박정희의 ‘조국 근대화’의 신화에 적지 않게 기대고 있었는데, 이 신화를 해체시켜 1970년대 한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한홍구의 목적이었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알게 되는 것은, 1970년대의 초고속 성장이 박정희의 ‘능력’이나, 뉴라이트들이 늘 찬양하는 ‘자유 시장’과 별 관계 없었다는 것이다. 박정희나 그 주변 정치군인들이 ‘합리적 관료’이기는커녕 계속 서로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각종 부정부패에 깊이 연루돼 있었고, 그들이 구사한 관 주도 개발 방식이란 ‘자유 시장’이 아닌 국가 자본주의에 더 가까웠다. 단,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저임금 노동 기반, 수출 본위의 개발 모델이 당시 글로벌 시장 상황 속에서는 객관적으로 한국에서의 초고속 자본 축적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박정희가, 그의 능력 등의 유무 여부와 무관하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운 좋게 ‘초고속 열차’를 잘 탄 셈이었다.



한겨레

유신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한홍구 지음, 한겨레출판(2014)


박정희의 개발 모델은, 신자유주의 한국에서도 일정 부분 계속 계승돼 왔다. 수출 경쟁력을 보장해 주는 저임금이란 이제 하도급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낮은 노임이다. 한홍구가 보여주듯이 이원화된 노동 시장 구조나 하도급 노동자들의 저임금 등은 이미 박정희 시절부터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한홍구 말대로 1970년대의 유신 시대는 전반적으로도 오늘날 한국 사회의 뼈대를 만든 시기였다. 특히 유신이라는 친위 쿠데타를 감행하면서 박정희가 보여준 삼권 분립에 대한 무시 등은, 윤석열의 내란 계획 속에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단, 1970년대와 달리 한국에서 친위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시민사회가 이미 성장한 것이다. 그런데도 1970년대가 우리 현실 속에서 녹아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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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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