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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봤다] "재미가 있는데, 없습니다"...오징어게임 시즌2, 배우만으로도 볼 이유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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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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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가히 오징어게임이 한반도를 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어딜 가도 오징어게임 포스터가 붙어있고, 어딜가도 오징어게임 제품이 눈에 띄더라고. 광화문부터 백화점까지 온갖 곳에서 오징어게임 팝업이 열리고 있다 보니 내가 마치 오징어게임 영화 안에 들어와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더라.

사실, 고백하자면 40대 워킹맘 기자인 '라떼워킹맘'은 오징어게임 시즌1을 보지 않았어. 온갖 콘텐츠를 섭렵하는 '라떼워킹맘'이 넷플릭스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로 불리는 오징어게임을 안봤다니, 의아하지?

일단 처음에는 배우에 대한 호불호가 컸고, 오징어게임 열풍이 불면서 어떤 내용인지 대충 듣다 보니까 내용에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고. 그러다가 볼 시기를 놓쳤다고 해야하나. 고민하다보니 그냥 시간이 흘러버린거 있지.

그런데 시즌2가 나온다고 하면서 하도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다 보니, 도저히 안보고는 못배길 상황이 펼쳐지더라고. 그래서 시즌2가 공개되기 전에 시즌1을 정주행했고, 26일 시즌2가 공개되자마자 바로 시청했지.

연달아 보면 재미있는데...

사실 어떤 편견도 갖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기사를 클릭하지 않으려 했는데 초록색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메인에 떡하니 뉴스 제목이 떠있어서 안볼 수가 없었어. 그런데 대부분 혹평인거야. 시즌1보다 별로라는 제목이 정말 많더라고.

아, 또 실패인가. 넷플릭스의 시즌2 저주는 끝나지 않은 것인가. 시즌1에서 성공한 콘텐츠는 시즌2에서는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인가. 다양한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최대한 편견을 갖고 보지 말자고 다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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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시즌1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치른 내부 모습/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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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오히려 시즌1을 안보고 시즌2가 공개되기 하루 전에 정주행 한 것이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온 것 같아. 사실 '라떼워킹맘'은 콘텐츠 보는 눈이 까다로(?)운 편인데, 시즌2가 나쁘지 않았어. 왜냐면, 시즌1이 센세이션했고, 그 이야기가 시즌2에서 그대로 이어지잖아. 그 센세이션함을 그대로 가지고 시즌2를 보다 보니 스토리가 끊기지 않은 느낌이었지.

만약 시즌1를 예전에 보고 시즌2를 봤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우리는 시즌1을 아무런 기대 없이 봤잖아. 시즌2는 이미 모든 스토리가 공개된 상황에서 이야기를 끌고가다 보니 시즌1과 같은 긴장감은 주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스위트홈의 실수를 왜 답습했을까

다만 오징어게임 시즌2 마지막 편을 보고 난 뒤에 그런 생각은 들더라. 스위트홈에서 학습하지 못했나. 아니면 이미 학습은 했지만 되돌리기에는 늦었던 거구나. 그게 아니면 이렇게 이야기를 끝맺지 않고 한 시즌을 끝내버리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텐데.

스위트홈 시즌2가 공개되고 난 뒤 혹평이 쏟아지자, 넷플릭스는 이런 이야기를 했지. 시즌2는 시즌3 이야기를 하기 위한 과정이고 시즌3가 나오면 시즌2에서 왜이렇게 루즈하게 이야기가 진행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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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프론트맨이 있는 서재/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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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데자뷰처럼 오징어게임 시즌2에도 같은 이야기를 적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시즌2가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지고 이야기가 늘어지거든. 마치 시즌3를 가기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늘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스위트홈 시즌2의 향기가 솔솔 난단 말이야

결론을 내지 않아도, 시즌1과 시즌2 완성도가 모두 높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킹덤 시리즈를 보면서 알 수 있었어. 킹덤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가 시즌1와 시즌2에 이어서 방영됐잖아.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시즌1과 시즌2 모두 성공한 콘텐츠이기도 하고.

즉, 시즌3 이야기를 위해 시즌2가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핑계라는 거지. 전체적인 스토리가 좋다면 절대 한 시즌이 늘어지는 법은 없거든. 시즌2를 편집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면 차라리 시즌3까지 속도감 있게 편집해서 한 시즌에 끝냈으면 어땠을까.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했겠지만 넷플릭스의 이같은 정책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성공한 지식재산권(IP)을 두개의 시즌에서 끝내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의 퀄리티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스토리는 흥미로웠는데 전략이 별로였다

아쉬움을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오징어게임 시즌2는 스토리 자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야. 만약 시즌2가 시즌1처럼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이정도의 혹평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 배우의 연기도, 이야기도 흥미로웠거든.

그런데 괜히 시즌2와 시즌3로 나누기 위해 스토리를 억지로 늘린 느낌이 너무 들어서 말이야. 이것만 아니었어도 충분히 시즌1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같아.

앞으로 넷플릭스는 시즌1이 대성공을 거뒀다 해도, 이야기가 확실하지 않다면 시즌2에서 콘텐츠를 끝내는 미학을 발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콘텐츠야 말로 박수칠때 떠나야 하는 미덕이 필요하단 말이지.

이병헌과 이정재, 전재준 만으로 볼 이유는 충분하다

시즌1이 스토리로 긴장감을 끌고 갔다면 시즌2는 배우들의 개인기로 긴장감이 충분히 발휘됐던 것 같아. 사실 이미 몇백억을 번 이정재가 다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가슴에 와닿지 않았지만, 이병헌과의 대결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관객들이 설득이 되잖아. 그런 존재감을 가진 배우들이니까.

콘텐츠를 보는 내내, 둘은 언제 만날지 계속 설렘을 가지고 지켜봤던 것 같아. 우리나라에 등장만으로 이런 존재감을 주는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은 참 인재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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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전재준, 아니 박성훈은 '더글로리'에 이어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어. 이번에는 트랜스젠더로 변신했는데 이렇게 예쁠 일이야? 전재준은 완전히 남성적인 외모였기 때문에 여장은 상상도 못했단 말이지. 박성훈이 이렇게 자신에게 전재준을 지울 줄이야. 그런데 어쩌지? 이제는 본인의 이름보다 120번 현주로 불릴 것 같으니 말이야.

시즌1보다 출연진들의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졌어. 최근 현실을 잘 반영해서 코인 투자에 실패한 이야기도 눈에 띄었고. 물론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 신파 역시 등장하지. 아빠가 이진욱이라는 건 조금 의외였지만 말이야.

조금 아쉬웠던 것은, 시즌1은 새로운 배우들의 발견이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그런 재미는 좀 떨어지더라고. 개인적으로 시즌1의 한미녀역의 김주령, 새벽역의 정호연, 일남역의 오영수 배우를 알게 돼 보는 재미가 있었거든.

아무튼 시즌1과 시즌2를 하루 차이로 본 '라떼워킹맘'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볼만한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어. 차라리 시즌3도 한꺼번에 공개가 됐다면 '라떼워킹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전략이 정말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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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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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랜만에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라. 그만큼 파급력 있는 IP가 우리에게 있다는 이야기겠지? 넷플릭스가 제발, 앞으로는 전략에서 실패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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