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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폭락한 원화, 암담한 경제…내란 후폭풍에 미국발 악재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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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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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매우 어둡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원화가치 하락)이 의미하는 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53.1원까지 오르고, 오후 3시30분 1451.9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달러값이 1450원을 넘은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발단이 되어 세계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9년 3월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으로 그해 10월 1400원을 넘어섰던 환율은 미국 연준이 올해 9월18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뒤 1307.8원(9월30일)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며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주식 매도세가 장기화되면서 환율은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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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관세 인상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도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며 환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키워 환율은 재차 뛰어올랐다.



미국 달러지수(유로, 엔, 파운드 등 6개국 통화에 견준 상대가치)는 10월 이후 19일까지 7.5%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에 견준 원화가치는 11.0%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영향을 넘어, ‘한국 경제 전망의 악화’가 환율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원화가치 하락은 원자재 수입 기업의 경영을 불안정하게 하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에 부담을 준다.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성 확대’만으로도 경제 전반을 위축시킨다. 또 외화 부채가 많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흔들어 자금 공급 여력을 축소한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를 소폭 완화하기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은 이날 환율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의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65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의 환헤지 비율 한시 상향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외환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의 고점(1440원)도 돌파한 1450원의 현재 레벨은 과도하다”(권아민 엔에이치투자증권 분석가)는 시각과 “당국이 개입해도 별 효과를 보기 어려워진 국면 같다.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15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 전문가들도 외환시장의 미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남구 조해영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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