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알려주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의 저자 알루아 아서가 테드(TED)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테드 동영상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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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뜬금포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기 몇 시간 전, 저는 개인적으로 충격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5년 전 유방암을 진단받고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는데, 그날이 결과를 듣는 날이었습니다. 매번 “깨끗합니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날 의사는 “뼈스캔에서 갈비뼈 특정 부위가 까맣게 보이는데, 이것이 염증인지 암 때문인지 알 수 없으니 펫(PET) 시티(CT)를 다시 찍고 보자”고 말했습니다. 암 진단 때 느꼈던 공포를 느끼던 와중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이후 나라 걱정에, 제 생존 걱정에 지옥 같은 2주를 보냈습니다. 좋아하던 책도 손에 들 수 없었지요. 그저 뉴스를 따라가며 분노하고, 마음을 졸이고, 탄핵 가결 소식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또 암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벌벌벌 떨었습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6시께, 진료실 앞에서 기도하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안고 의사를 다시 만났습니다. 의사가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몇 분이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의사는 “뼈스캔에서는 까맣게 보였는데, 펫 시티는 깨끗하다”고 했습니다. 암 전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저 감사했습니다.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자, 이번주 새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죽음이 알려주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변호사 생활을 하다 임종도우미가 된 알루아 아서의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을 담은 책입니다.
가나 출신인 알루아 아서 가족은 1980년대 가나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에게 탄압을 받았고, 미 대사관의 협력을 받아 정치적 난민을 신청해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쿠데타 세력에게 붙잡히지 않으려고 가족 모두 탈출하던 순간을 저자는 “죽음에서 탈출할 때의 기억”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쿠데타 세력 때문에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했고, 가나의 음식을 먹고 가나의 언어를 말하면서 자랄 수 없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지요. 이런 점 때문에 저자는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또 낯선 타국에서 큰오빠처럼 따르던 형부 피터가 림프종에 걸려 죽게 되는데, 그의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아서는 함께 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피터와 아서는 유머와 유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아서가 “약 드실 시간입니다, 주인님”하며 약통을 내밀면 피터는 약통을 움켜쥐고 고개를 쳐들며 왕 행세를 하며 웃고요.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몸이 약했던 피터가 갑자기 인테리어 용품을 보고 싶다고 하면 아서는 전기 카트를 찾아 그를 앉히고 “전진, 앞으로오오오오오!!” 하고 소리를 치고, 피터는 그 순간에도 “네, 선장님!”하며 낄낄대며 웃었지요. 피터를 돌보고, 어린 조카를 돌보고, 각종 행정적 처리를 하며 아서는 피터가 죽어가는 여정을 함께 합니다. 그러나 정작 피터의 생명의 불꽃이 꺼진 날엔 아서는 그 자리엔 없었지요.
아서는 피터의 죽음 이후 “의료 및 사망 관리 시스템 전체에 화염병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힘든데, 피터의 계좌를 해지하고 자동차 소유권 등을 정리하는 절차가 너무나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또 죽음의 징후를 몰라서 마지막에 피터와 작별 인사를 제대로 못 한 점을 아쉬워합니다. 아서는 피터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임종 도우미가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책에는 그가 쿠바 여행을 갔다가 차에 치여 죽을 뻔한 위기와 쿠바에서 만난 자궁암 환자 이야기, 또 그가 만난 여러 고객 이야기와 그가 임종도우미를 하면서 얻게 된 삶에 대한 통찰 등이 담겨 있습니다.
“당연히 죽음은 무섭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씨앗이다. 그 씨앗을 정성 들여 가꾸면 생명이 그 자리에서 들꽃처럼 자란다”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는 또 “우리가 아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실뿐이다. 집단적인 죽음 부정은 우리가 마치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도록 부추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삶을 만들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면서 “추위와 슬픔을 느끼고, 혀끝에서 설탕을 맛보며 경외감을 느끼고, 햇살 아래 디스코볼의 반짝임을 볼 수 있는 기회. 이것은 중요하다. 삶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는 데 집착하는 동안 우리는 이 세계에서의 경험을 놓칠 수 있다”며 “무언가가 당신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면, 평범한 일상에서 의미를 만들어보라. 호기심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쁨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의 삶은 소중합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성 들여 가꿔,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지 생각해보는 연말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버티기’ 전략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한 마디 조언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죽기 직전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요. 당신이 죽은 뒤에 많은 사람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보라고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더는 나라를 혼란과 위기 속으로 몰아넣지 말라고요.
텍스트팀장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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