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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탄핵정국, 그래도 산업시계는 돈다] 환율 점검하고 국회 찾아 지원 읍소…트럼프 2기 총력 대응 병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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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의장-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우원식 국회의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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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야기된 정국 혼란은 국내 산업계에 큰 상흔을 남겼다. 길어진 내수 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의 경제살리기 정책도 추진 동력을 잃었다. 일찌감치 세워둔 사업계획도 뒤엎어야 할 판이다. 주요 기업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달라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신(新) 행정부 출범도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정부의 측면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계에선 ‘트럼프 2기’에 발맞춰 현지 정·재계 인사를 영입하거나 대관 채널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비상경영 돌입…환율·공급망 재점검

산업계는 내년 경영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조직인사를 단행했는데,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100대 대기업집단의 한 지주사 관계자는 “정국 혼란으로 연말 특수 기대감이 줄어드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주요 임원들도 주말에 출근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1440원 선까지 바짝 다가선 원∙달러 환율도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환율 변화에 따른 생산비용의 변동이 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 측면에선 원화 절하인 상황이 호재인 측면도 있지만, 원자재 조달 측면에선 고환율이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무역 분절화 위기가 심화하면서 해외 원자재 조달 등 공급망을 재점검하는 곳도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해외 투자 계획을 다시 살피기도 한다.

◆국회 찾아 ‘경제살리기’ 요청도

산업계는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국회를 찾아 사태 수습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반도체 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산업 전반을 지원할 법체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도 경제살리기를 위한 입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면서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면 기업들이 큰 힘을 얻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도 지난 16일 경제 6단체와 함께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신성장 산업 동력을 유지하고 외국인투자 인센티브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부 외교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외적 문제 해결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서 국제통상위원장을 맡은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는 16일 ‘트럼프 2기 통상규제 :한국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에선) 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 축소 철회는 물론,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 전략물자 수출 금지와 같은 통상규제들이 예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면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적 외교∙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민간차원의 아웃리치 활동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2기’ 앞두고 美 채널 풀가동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체제에 대응력을 높이고자 현지 시장에 밝은 인사들을 새로 영입하거나 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를 이끌 사령탑에 한진만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미주총괄부사장을 사장으로 앉혔다. ‘미국통’인 한 사장을 내세워 미국 빅테크를 고객사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삼성전자 측은 “한 사장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재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전기차에 보조금 축소와 관세 부과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책 대응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또 미국 외교 관료를 지냈던 성 김 고문을 그룹 싱크탱크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인물로, 2011년부터 약 3년간 주한미국대사도 역임한 바 있다. 이 밖에 LG그룹은 LG화학에서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를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로 발탁했다. 고 전무는 주미국1등서기관, 주뉴욕영사, 북미국장 등을 지낸 미국 전문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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