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2 (목)

"절벽 앞에 선 기분이었지만, 뛰어내렸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ㅣ절벽 앞에 선 엔지니어: 38살, 늦은 창업의 시작 "직장이 더 위험했다"

ㅣ세상은 생각보다 넓었다" - 창업이 가져다준 변화

플래텀

12일 열린 컴업2024 퓨처토크 '야 너두 창업할 수 있어' 현장. 김정수 야나두 대표(왼쪽)와 조상래 플래텀 대표(오른쪽)가 대담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2일 아침, 컴업2024 행사장은 LED 응원봉을 든 예비 창업자와 청중으로 가득했다. '야 너두 창업할 수 있어'라는 광고 카피를 패러디한 파이어챗 세션에 모인 이들이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 조상래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았고, 야나두 김정수 대표가 패널로 나섰다.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와 가능성을 전하는 자리입니다." 조상래 대표의 말로 세션이 시작되었다. 감기 기운에 목소리가 조금 잠긴 채로 김정수 대표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야나두는 '모티베이션 테크' 회사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성공의 길에 이르도록 동기부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영어에서 시작해서 클래스, 사이클, 그리고 최근에는 헬스케어까지 확장하고 있어요." 김 대표의 말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의 이력은 흥미롭다. 삼성전자에서 국내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을 주도했던 그는 2009년 블루핀을 설립하며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 '키즈월드' 런칭을 시작으로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확장했고, 2016년에는 카카오의 자회사가 되어 카카오키즈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후 야나두와의 합병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매출 3억으로 시작했는데, 내년에는 천억을 넘기면서 흑자 달성과 함께 상장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야나두는 올해 1~3분기에만 58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내년 초부터는 월간 흑자 달성이 전망되며, 상반기 중에는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결심의 순간에 대해 김 대표는 특별한 비유를 들었다. "그때 제 심정은… 살기 좋은 푸른 초장에서 절벽 위에 서 있는 것 같았어요. 밑에는 시퍼런 바다가 있고, 저 멀리 섬이 보이는데… 수영도 못하는 제가 뛰어내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주변에서는 '열심히 수영하면 저 섬까지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제 눈에는 그게 잘 안 보였어요."

하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직장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100세 시대에 50-60대가 되면 어차피 회사를 나와야 하는데, 그때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는 더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봤죠. 이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 같았어요."

부산 출신인 그가 서울에서 기반 없이 시작할 때, 한 선배가 해준 말이 큰 힘이 되었다. "네가 삼성에서처럼 열심히만 한다면 100%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50원에 사온 어묵을 서울에서 500원에 팔아도 월 500만원은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선배의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성공의 비결에 대해 김 대표는 야나두의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우리 회사는 신입 직원 교육 때 세 권의 책을 꼭 읽히는데요. '원씽', '몰입', '그릿'입니다. 각각 다른 책이지만 하나의 메시지로 통해요. 원씽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성공한다는 거고, 몰입은 어떤 일이든 몰입하면 성공한다는 거죠. 그릿은 끝까지 밀고 가면 성공한다는 겁니다. 이 책들을 합치면 성공의 공식이 나와요. 한 가지 일에 몰입해서 끝까지 밀고 나가면 성공한다는 거죠."

그는 이를 빗물에 비유했다. "빗물에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겠어요? 하지만 한 곳을 계속 떨어지다 보면 바위도 뚫을 수 있잖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 분야를 찾아서 계속 그걸 뚫어내고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모든 성공한 분들의 공통된 메시지더라고요."

플래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벌과 스펙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었다.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실제로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오히려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아요. 고졸 출신으로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걸어 성공하신 분들도 많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도전해서 성공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삼성전자에 다녔다고 하면 학벌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다만 정말 열심히 했고,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었고, 운도 좀 따랐죠. 시대의 흐름도 잘 읽었던 것 같고요."

김 대표의 창업 철학은 자녀 교육관에도 반영되어 있다. 처음에는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창업을 권한다고 한다. 그의 쌍둥이 자녀들은 현재 각각 디자인과 IT를 전공하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들 스스로가 '앞으로 큰 플랫폼을 만들려면 디자인과 IT밖에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야나두의 미래에 대해 그는 여전히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현재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흑자 전환과 함께 상장도 준비 중이다.

"가끔 예전 삼성 사무실에 가보면 생각해요. 저 좁은 자리에서 어떻게 10년을 보냈을까. 세상은 이렇게나 넓은데. 창업 후에 견문도 넓어지고, 생각도 넓어지고, 삶이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에요. 하지만 제가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도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고요."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은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김정수 대표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의 말에는 창업이 단순한 사업의 시작이 아닌, 삶의 확장이자 성장의 여정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듯 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두렵지만, 그 도전이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준다는 것. 행사장을 나서는 청중들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 조건부 전재 및 재배포 허용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