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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죽음의 바다’서 45명 탄 배 침몰... 11세 소녀, 홀로 사흘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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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튀니지에서 이주민 45명을 태운 채 출발한 보트가 침몰한 뒤 지중해에서 홀로 사흘간 표류하다 구조된 야스민(11)양./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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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 출신의 11세 소녀가 ‘죽음의 바다’로 불리는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발견됐다. 두 개의 튜브에 의지해 떠있던 이 소녀는 이주민들을 태운 보트가 침몰한 뒤 차가운 바다에서 사흘간 홀로 버틴 끝에 구조됐다.

1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비영리단체(NGO) ‘컴퍼스 콜렉티브’는 이날 새벽 3시20분쯤 지중해 시칠리아 해협에서 표류하는 야스민(11)양을 발견해 구조했다.

당시 컴퍼스 콜렉티브 측은 바닷바람과 파도, 배 엔진 소리 너머로 고함을 들었다. 선장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타이어 튜브 2개에 누워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던 야스민양을 발견했다.

무사히 구조된 야스민양은 이날 오전 6시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어로 이야기를 꺼낸 야스민양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탔던 보트가 4~5일 전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스팍스에서 출발해 45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중 3일 전 폭풍에 휩쓸려 침몰했다고 말했다. 또 근처에서 표류하던 2명이 있었지만 물 속으로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컴퍼스 콜렉티브는 “이 소녀가 이번 조난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나머지 44명은 모두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종된 이들 중에는 소녀의 오빠도 포함됐으며, 소녀의 아버지는 스팍스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소녀는 구조 전까지 사흘간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고, 발견 당시 저체온증 상태였으나 다행히 의식은 명료하고 신체 반응도 좋다”고 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와 경찰 보트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시신이나 사고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검찰은 부주의한 항해, 과실치사, 불법 이민 방조 및 교사 등에 관한 수사를 시작했다.

최근 리비아나 튀니지 해안에서는 다수의 보트가 이주민과 난민을 태우고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만 람페두사 해안에서 총 508명의 이주민을 태운 보트 8척이 구조됐다.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NGO ‘세이빙 휴먼스’는 야스민양이 타고온 배 외에도 추가 전복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루카 카사리니 세이빙 휴먼스 창립자는 “최근 며칠 동안 튀니지에서 람페두사까지 가는 길을 따라 폭풍이 몰아쳤다”며 이탈리아 당국에 튀니지 당국과 협조해 광범위한 생존자 수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은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서 튀니지나 리비아 등에서 선박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과 이주민의 주요 기착지로 꼽힌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떠나는 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지중해는 점차 ‘죽음의 바다’가 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한 해 동안 17만5000명 이상이 지중해를 건너 남유럽에 도착했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2250명이 지중해 루트에서 보트가 뒤집히는 사고 등으로 숨지거나 실종됐다. 2023년에는 사망자 수가 4110명, 2022년에는 3017명으로 집계됐다고 UNHCR는 설명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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