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알리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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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비상 계엄 시도를 외신이 일제히 집중 조명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4일 “정치적 격변의 밤을 보낸 한국에서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통령의 미래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계엄령 내용과 국회의 해제 결의안 통과, 시민들의 목소리 등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상세히 보도했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단명한 계엄 선포는 바닥난 대중적 인기에 직면한 가운데 실행한 처절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야당이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북한과 공모했다’고 비난한 뒤 계엄을 선포한 상황에서 한-미 관계는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시험에 부닥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민주주의 대 독재’를 외교 정책의 기본 틀로 삼아온 것을 언급하며 “중국과 북한,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정상적인 정치 활동을 훨씬 뛰어넘어 1960~1970년대에 통치한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야당과 의회를 겨냥한 윤 대통령의 행동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막으려 시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력과 겹친다는 해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표현하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한국의 극심한 양극화 정치와 글로벌 국력 상승의 이면에 있는 깊은 사회적 불만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미국 내 한인 사회가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계엄에 대한 반응은 통일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보수이든 진보이든 상관없다. 모두가 대통령이 미쳤다고 말하고 있다”는 코리아타임스 워싱턴지국장 발언을 인용했다.
외신들은 계엄 시도 뒤 한국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탄핵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헌법에 따른 탄핵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가디언의 서울 주재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이날 “군사 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싸웠던 기성세대에게 계엄령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아닌 독재였다”며 “젊은 세대는 그가 나라의 명예를 해쳤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는 ‘신속한(Expedited) 탄핵”이라고 했다.
미국 포린폴리시는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며 “위기는 이제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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