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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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누리꾼들은 이웃나라 한국에서 벌어진 6시간 계엄 사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많은 누리꾼이 본인 소셜미디어에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고, 드물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하는 반응이 있었다.
3일 밤 10시(현지시각)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중국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도 뜨겁게 반응했다. 관련 기사가 검색 순위 1위에 올랐고, 계엄군의 국회 진입,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가결,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 등 새로운 소식이 나올 때마다 검색 순위 상단을 차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3일 밤 10시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내용의 해시태그가 검색 순위 1위였고, 12시간 만인 4일 오전 10시에는 ‘간밤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는 해시태그가 1위였다.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해시태그는 12시간 만에 8억8천만회 조회됐다.
중국 정부나 관영 언론이 한국의 계엄 상황에 대해 4일 오전까지 구체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웨이보에서 활동하는 평론가와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 전 편집장이자 2천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후시진은 전날 밤 본인 웨이보에 “한국이 갑자기 어지러워졌다”며 “서구식 선거가 있는 나라에서 이것은 일반적인 헌법적 위기를 넘어 실질적인 대결이 됐다”고 썼다.
190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선이 상하이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본인 웨이보에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사면을 함께 풍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완벽한 설계, 극적인 연출, 하루 만에 미국 대통령은 아들을 사면하고 한국 대통령은 특검을 피하기 위해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5공 시절을 연상시키는 행동을 했다”며 “미국식 민주주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일반 누리꾼들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거나, 중국에서도 유명한 ‘서울의 봄’ 영화를 거론하며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조롱했다. 통제 중심의 사회주의 교육을 받는 중국인들은 한국, 미국, 유럽 등 민주주의 국가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정치 상황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동자연대와 시민들이 계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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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이 사태의 원인은 한국 야당이 대통령 부인을 공격했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아내를 보호하는데 미쳐있어 이런 사태를 일으켰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올해 초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며 “이 영화가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지 불과 며칠 뒤, 서울의 봄의 실제 판인 ‘서울의 겨울’을 보게 됐다”고 적었다. 국회에 투입된 군인을 조롱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한국 정예 707특수부대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며 “한 병사는 여성에게 총을 빼앗길 뻔했고 두 병사가 총을 잡아당겼다”고 적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글도 있었다. ‘무너진 다리’라는 이름의 블로거는 “이 사건을 윤석열 개인의 웃음거리로 볼 수 있지만, 한국 국회의원들, 기자들, 그리고 계엄령에 반대하며 현장에 나선 시민들의 결단력, 행동력, 그리고 용기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그는 “한 정치적 기회주의자가 궁지에 몰려 갑자기 국가의 운명을 걸고 사회를 나락으로 끌고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불과 두 시간 만에 여야 의원들이 신속히 합의해 공동의 선을 지키고, 시민들도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그들을 도왔다”며 “이를 두고 정치적 계산이니, 보여주기식 행동이니 말할 수 있겠지만, 이는 실제로 목숨을 걸고 한 행동”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나는 그들의 행동이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두 시간 안에 보여준 용기, 행동력은 민주화 과정에서 쌓아온 정치적 유산이 여전히 여야 간의 합의점이며, 시민들이 함께 지키고 있는 가치임을 세상에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는 세대를 이어가며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것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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