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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다시 민주주의의 시간이다! [박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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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이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려는 계엄군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백소아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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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 논설위원



역사의 수레바퀴를 1980년 신군부 세력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45년 전으로 되돌리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심야 비상계엄 선포로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온 한국 민주주의에 조종을 울리려 했다. 헬기를 타고 온 계엄군은 국회 본관에 난입해 민주주의 심장부를 유린했다. 총검을 찬 계엄군의 국회 난입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마치 ‘서울의 봄’ 영화에서나 봄 직한 장면을 목도한 시민들은 충격과 함께 영문을 몰라 불안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시민들은 하나둘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수천명의 시민들은 이렇게 외쳤다. “윤석열을 체포하라!” “오늘이 임기 마지막 날이다!” 국회는 계엄 선포 153분 만에 계엄을 해제시켰다. 한국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은 굳건했다.



대선 후보라는 자가 손바닥에 ‘왕’ 자를 새기고 티브이 토론에 나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가 ‘장님 무사’였다는 것을. 그가 연설에서 ‘반국가 세력’ ‘종북 세력’을 자꾸 노래 부르는 이유를 알아봤어야 했다. ‘충암파’ 측근들을 국방장관,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요직에 앉힐 때도. 설마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계엄령을 착착 준비해왔었던 거였다. 국회가 자신과 그의 어깨에 올라탄 ‘주술사’의 목줄을 죄어오자 드디어 칼을 빼 든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하등의 근거가 없었고, 얼마나 급했던지 최소한의 절차조차도 지키지 못했다. 계엄포고령 제1호는 한술 더 떴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헌법과 법률 그 어느 조항에도 이런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법령은 이런 행위를 ‘내란죄’라 부른다. 반국가 세력은 다름 아닌 윤 대통령과 쿠데타를 도모한 측근들이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이런 장님 무사와 주술사, 충암파 군인 몇몇이 강탈할 만큼 그렇게 유약하지 않다.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그들은 몰라도 한참 몰랐다. 박정희 강권 통치와 전두환·노태우의 군홧발에도 굴하지 않던 시민과 학생들이었다. 독재자들은 측근의 총탄에 맞거나 법정에 세워져 모두 단죄를 받았다. 윤 대통령도 그런 독재자의 길을 가려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승리의 경험들을 축적해온 시민들과 야당은 권력자의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았다. 3일 밤 국회에 난입한 계엄군조차도 유리창 몇장 깨고 시늉만 했다. 독재자의 길을 가려던 윤 대통령과 친위 쿠데타 세력은 세상이 바뀐 걸 몰라도 너무 몰랐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권력자의 자의적 통치와 전횡을 제어하고 책임을 물으면서 발전해온 지난한 과정이었다. 때로는 평화롭게(영국 명예혁명), 때로는 시민들의 저항(프랑스 혁명)으로, 때로는 헌법 제정(미국 삼권분립)으로 일궈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들 민주주의 선도국에 견줘서도 결코 손색이 없다. 시민들의 불복종과 저항권 행사(6월항쟁·촛불혁명), 그리고 투표권 행사(1997년 정권교체)로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웠다. 선도국들이 100~200년에 걸쳐 이룬 대역사를 우리는 30여년 만에 이뤄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다. 그래서 시민들이 한국 민주주의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고 외국인들도 존경을 보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는 부서지기 쉽다. 이번 사태는 친위 쿠데타가 한국에서도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것도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 의해서. 다시 민주주의 성채를 더 굳건히 구축해야 할 시간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또한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 친위 쿠데타 책임자들을 수사하고 엄정하게 처벌해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민주주의는 입법·행정·사법부 삼권분립으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체제이지만 그 중심은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부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국회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했다.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한 말은 적확하다. 국회는 2016년 촛불혁명 당시 탄핵을 주도하며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듯이 이번에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비겁하게 본회의에 불참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탄핵에도 주저하는 국회의원을 국민들은 한명한명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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