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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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가 공학 전환 논의와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 방식에 항의하며 학내에서 시위를 한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자 이 대학 교수들이 “학생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러선 안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동덕여대의 평화를 바라는 교수들’은 4일 학내 게시판에 성명를 붙여 학생들의 본관 점거를 해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형사 고발을 철회해달라고 이사장·총장 등에 요청했다. 이들은 “학교가 요구한 호소문에 교수들이 이름을 올린 건 그 내용에 모두 동의해서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대화해 합의를 이끌어내길 바라는 의도였는데 오히려 그런 협조가 대화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지금까지의 방침을 강경하게 하는 데 사용된 거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어른이고 교육자인 학교가 결국엔 학생들을 이해하고 품으며 소통을 이어가리라 생각했다”며 “학생들의 행동이 거칠고 성급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가 품고 졸업시켜 종국에는 ‘동덕’의 일원으로 남을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가 이렇게 전면전을 치를 줄은 몰랐다”고 했다.
‘동덕여대의 평화를 바라는 교수들’은 4일 이사장·총장 등에 학생들의 본관 점거를 해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학생을 상대로 한 형사 고발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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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대학본부가 상당수 학생의 온라인 (수업) 거부가 내년 1학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출석 미달에 대한 구제책이나 해법이 없는 게 사실이냐”고 물으며 “교무회의에 참석 권한이 없는 대다수 교수는 지금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생들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타협안을 만들고,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되지 못할 경우에 대책,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동덕여대 교수는 “(공학 추진 논의에 대해) 학생들이 이토록 강하게 반발한 데는 그간 누적된 불신이 작용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를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공교육 기관으로선 마지막까지 사용하면 안 되는 방법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아래는 성명 내용 전문.
동덕여대의 평화를 바라는 교수들의 소리
예년보다 온화하다는 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갑작스럽게 쏟아진 눈 때문에 가뜩이나 어수선하던 마음에 더해 물리적으로도 한층 더 심란했던 지난 주, 우리는 그와는 비교도 안되는 참담함과 비통함을 경험했습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에 대한 ‘퇴거 단행 및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과 이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재물 손괴와 공동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에 대한 학교의 형사 소송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의 행동 양식이 거칠고 성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국 우리가 품고 졸업시켜 종국에는 ‘동덕’의 일원으로 남을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가 이렇게 전면전을 치를 줄은 몰랐습니다.
대화와 협의의 과정에서 입장의 차이가 분명히 도드라지고 각자의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격한 소동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 과정에서 감정적인 동요와 부침은 커지고 그로 인해 서로가 소모되지만, 그래도 어른이고 교육자인 학교가 결국엔 학생들을 이해하고 품으며 소통을 이어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의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 총장의 성명서와 학교의 입장이 전면에 드러나는 교무 위원들의 호소문이 올라와도 그분들 위치에 따른 역할을 감안하여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발빠르게 물리적 손실과 배상 책임이 게시돼 언론이 이를 퍼 나를 때도 결국엔 해결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생각하려 했습니다. 여대로서의 정체성을 갖고자 균형있는 목소리를 낼 법도 한 동문회가 시위 학생들을 폭력 학생들로 규정, 일언지하에 제명하는 글을 올려도 납득하려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내적으로 피 흘리며 울고 있을 학생들에 대해서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지금 학생들을 위로하고 그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까딱하다가는 이 대치를 장기화로 이어가게 할 수도 있다는 말로 합리화하며 수위를 조절하고 참았습니다.
학교가 요구한 호소문에 교수들이 이름을 올린 것은 해당 호소문의 내용에 모두 동의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꺼림칙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였습니다. 보직 교수들뿐만 아니라 평교수들과 겸임교수·강사들의 동의를 통해 확보된 협상력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대화하여 합의를 이끌어내고 교육을 정상화시키라는 의도였는데 오히려 그러한 협조가 학생들과의 대화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지금까지의 방침을 가속화시키고 강경하게 하는데 사용된 거 같아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도 거부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시간이 내년 1학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부는 예상하신다지요? 출석 미달의 결과는 F학점일 뿐 다른 구제책이나 해법은 없고, 그로 인해 대량 재수강과 초과학기 등록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학교로서는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입장이 정말 사실입니까? 교무회의에 참석 권한이 없는 대다수의 교수들은 지금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속이 탑니다.
과격한 방식이었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던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고 원칙을 앞세우며 행정적 처분을 내리는 학교를 통해 집단적으로 무기력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동덕을 믿고 자녀를 보내며 지지해왔던 재학생들의 학부모들이 학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지 못하고 사법 처리로 해결하려는 대학의 행동에 동의하지 못하고 그 책임을 묻는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학교가 학생을 상대로 야박하고 비정하게 소송을 한 마당에 학부모들에게는 관대함을 바라시겠습니까?
입시 압박에서 이제 좀 벗어나 진정한 자기와 몰입할 주제를 찾는 학생들, 그렇게 연마해도 졸업 후의 불투명한 취업과 진로 때문에 불안해하는 학생들이 동덕에 와서,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주고 격려하는 스승과 선후배, 동료를 만나 각자의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 우리 곁을 떠나가도록 최대한 도와야 하지 않나요? 문제가 없기를 바라기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문제를 합리적이고 투명하며 건설적으로 풀어나가는지를 학습하는 곳이 학교가 아닙니까? 서로 대치되는 상황에서도 이 대결 뒤에 다시는 안 볼 적이 아니라 결국 한 공동체로 남아야 할 일원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학내 시위와 점거가 시작되고 정상적인 수업이 유지되지 않는 지금은 한창 수시 입시가 진행되는 시기입니다. 지난주에는 논술전형 지원자들에 대한 채점이 진행되었지요. 동덕이 우리에게 이미 온 학생들, 잠재력을 꽃 피워 당당한 사회인으로 준비시켜 내보내야 할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낼 수 없는 곳일진대 누가 이곳에 새로이 둥지를 틀고 머무르려 하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이곳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아 배우고 성장하자고 손을 내밀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초대한다 한들 세상이, 학생들이 지금의 학교 대처를 보며 우리를 믿겠습니까?
이사장님과 총장님, 그리고 여러 교무위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하나, ‘퇴거 단행 및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과 ‘공동재물 손괴와 공동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에 대한 형사 소송을 즉각 철회해주십시오.
하나, 학생들과의 협상에 주도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 타협안을 만들어내 뒤늦게라도 이번 학기를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나, 이번 학기 내에 정상적인 학사가 운영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보다 건설적인 대책을 세워주십시오.
하나, 이번 상황을 거치며 상처받은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주시고, 장기적으로 이들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주십시오.
하나, 이번 일로 대외적으로 실추된 학교 이미지로 인해 교수들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학교의 회복을 위해 교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주시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주십시오.
2024년 12월 3일 동덕여대의 평화를 바라는 교수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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