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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영화 속 전두환 때로 돌아갈 것 같아”…대전서 초등생도, 20대도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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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1시간15분 동안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약 2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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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뉴스를 보고 계엄이 무슨 뜻인지 몰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봤어요. 권력을 이렇게 남용하는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왔어요.”



4일 저녁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대전 은하수네거리. 까만 운동 점퍼 차림으로 친구들과 ‘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시민대회’에 참석한 초등학생 이예찬(12)군은 전날 밤 속보를 보고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2012년생인 이군에게 ‘계엄’은 역사책에서만 얼핏 본 단어일 뿐이었다. 이군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스마트폰으로 계엄의 뜻을 찾아보고 뉴스를 보면서 불안하고 점점 화도 났다. 그래서 친구들과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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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시민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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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7시부터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된 이 날 집회에는 2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사람들이 서구 둔산동의 갤러리아타임월드 맞은편 인도와 1개 차선을 가득 메웠다. 10대부터 70·80대까지 세대 구분 없이 많은 시민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외투 차림으로 ‘대전의 촛불광장’ 은하수네거리에 모여 “내란 범죄자 윤석열을 체포하고 탄핵하라”고 소리쳤다.



계엄 사태를 지켜보며 “당장 서울 국회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프리랜서 김아무개(25)씨는 “윤석열이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다. 불안해서 뉴스를 틀어놓은 채로 잠을 자려는데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며 “엄마·아빠에게 들었던 군사독재와 1980년 광주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건가 싶었다”고 계엄이 선포된 밤에 느낀 두려움과 분노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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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시민대회’가 열린 4일 저녁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한 참석자가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패널을 들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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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윤석열 퇴진 집회’에 나왔다는 대학생 홍아무개(21)씨는 “2024년에 계엄이라니…처음에는 북한이 뭔가 도발했나 싶었는데, 대통령이 자신이 탄핵당하지 않으려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걸 알고 어이가 없었다. 전두환처럼 대통령이 국가를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는 박아무개(40대)씨는 “영화에서 5.18민주항쟁을 접했는데, 계엄 선포를 보는 순간 갑자기 전두환 독재정권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노가 치밀어올라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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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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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이던 1980년 5월 광주 충장로의 광장에 서 있었다는 한아무개(56)씨는 “그 당시 도청으로 모이라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전남도청 앞 분수대로 나갔다. 그때 우리를 지켜주려고 나와 있겠지라고 여겼던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죽인 걸 알았을 때 느낀 충격과 공포를 평생 잊지 못한다”며 44년 전 5월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어 한씨는 “지난밤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국회로 진입하는 완전무장한 군인들 모습을 보는 순간 그 5월의 트라우마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국회에서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기까지의 몇 시간이 지옥 같았다”며 “박근혜 때처럼 추운 겨울을 온통 거리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하루빨리 윤석열을 끌어 내려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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