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새벽 1시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됐다고 선포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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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만큼은 여야가 하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28분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여야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 등은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너나 없이 앞다퉈 국회로 집결했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90명의 의원이 국회로 모였고, 만장일치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0여분이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여의도에선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 단위로 숨가쁘게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밤 11시께 유튜브 생중계 방송을 통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인 국회 표결을 위해서다.
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인 최소 151명의 의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한다. 국회로 와달라”고 말하며 국회로 빠르게 달려왔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이자 계엄군의 첫번째 통제 대상이다.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대장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따라 3일 밤 11시55분 무렵부터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됐다. 이들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등의 유리창을 부수고 국회 본회의장까지 진입을 시도했고, 각 당의 보좌진들은 소화기 등을 쏘고 몸으로 문을 막아서며 이들을 저지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국회에 투입된 수도방위사령부 특임대가 대표실에 난입해 이 대표를 체포·구금하려 했던 시도가 폐회로티브이(CCTV)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확인해보니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려는 체포대가 만들어져서 각기 움직였다”고도 했다.
우 의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해제 요구안 처리에 필요한 ‘절차’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표결에 앞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다. 이는 대통령의 귀책 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 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본회의장에 모여있던 의원들 일부가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까지 깨고 건물에 진입한 상황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빨리 상정해 표결하라”며 항의하기도 했으나, 우 의장은 “국회가 정한 절차에 오류가 없도록 진행해야 한다”며 10여분 간 안건 상정을 기다리기도 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절처를 철저히 지켜, 윤 대통령이 결의안 가결이 무효라고 주장할 빈틈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4일 새벽 1시께 이뤄진 표결에는 민주당 의원 154명과 국민의힘 의원 18명,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2명, 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개혁신당·무소속(김종민) 의원 각 1명이 참여했다.
우 국회의장이 재석의원 190명 중 190명의 찬성이라는 결과를 전하며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선언하자, 여야 의원들은 너나 없이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헌법(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 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국회에 진입한 군·경을 향해 “즉시 국회 경내 밖으로 나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을 향해 즉시 비상계엄 해제를 공고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절차에 어긋난 위헌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계업법(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때는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는데 이같은 절차를 어겼다는 것 등을 지적한 것이다.
계엄군은 결의안이 가결되자 국회에서 철수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공식 선포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오전 4시20분이 넘도록 국회에 머무르고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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