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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비상 계엄 대비한 경제 플랜은 없다”…경제부처·재계, 혼돈의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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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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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쓰고 있을 듯 합니다.”



전직 정부 고위 경제 관료는 3일 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해 현직 관료라면 시장 안정화 조처로 무엇을 준비하겠나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또다른 전직 경제부처 장관도 “비상 계엄을 염두에 둔 컨틴전시 플랜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 계엄 선포에 시장 안정과 거시 경제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고위 간부들은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상 계엄 선언과 관련해 아무런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이같은 사실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언하면서 해당 행위가 민생 경제와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충분한 검토가 없었거나 주무 부처와의 논의도 없었던 셈이다. 실제 최상목 부총리는 내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맞춤 대책과 기업 역동성 강화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평상시와 같은 일정이 계획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미 금융시장부터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금융시장의 카나리아새와 같은 구실을 하는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언 직후 순식간에 20원 이상 급등했다. 밤 11시 현재 달러 당 원화는 1423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외환 시장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내며 “외환 시장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역외 시장과 파생금융시장, 암호화폐 시장과 같이 24시간 운영되는 곳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은 급변동을 하고 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밤 11시40분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함께 긴급 회의를 열고 있다. 일각에선 내일 국내 증권 시장 폐장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등 주요 자산의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거래가 활성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증시 폐장은 금융위원장의 결단 만으로도 가능한 일이긴 하다”며 “하지만 정치적 사안 때문에 시장을 닫는 건 그 자체로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상목 부총리와 김병환 위원장이 손쉽게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밤 11시50분 현재 내일 증시를 정상 운영한다고 말했다.



경제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재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저녁 미팅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에 뜬 속보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 비상 계엄이 적절한 선택인지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그룹의 임원도 “현실이 체감되지 않는다. 여전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제한 뒤, “내년 경기가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며 비상 계획을 전사 차원에서 수립하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경제산업부 종합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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