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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을 소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홍보 메일을 작성했다. 메일 제목은 그럴듯하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만족하며 잠재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반응이 미지근하다. 혹시 메일 송수신에 문제가 있나 확인해 보니 대부분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본문을 읽었다면 이 정도로 무관심할 순 없을 텐데.
일단 잠재 고객이 당신의 메일을 클릭했다면 반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미 없이 휴지통으로 직행할 운명은 피했다. 안심은 아직 금물이다. 잠재 고객의 관심이 본문까지 이어지지 않고 제목에서만 끝났다면 결국 실패다.
세일즈 글쓰기에서는 “처음 세 줄에 승부를 걸어라”라는 말이 있다. 도입부는 세일즈 글이 지금 읽힐지 아니면 나중에 읽힐지 결정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나중은 없다. 메일을 열자마자 끝까지 읽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도입부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빠른 생각을 시스템1, 느린 생각을 시스템2로 구분했다.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진행돼 빠르게 처리되는 생각이 시스템1이라면 의식적 주의 기능이 개입돼 느리게 처리되는 생각이 시스템2이다.
고객이 시스템1 상태라면 세일즈에 유리한 점이 많다. 시스템1의 특징에 따라 글을 자동적으로, 다른 말로 하면 큰 방해 없이 읽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위험을 느끼면 우리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상대적으로 덜 정확하지만 처리 속도가 빠른 생각을 먼저 작동시킨다. 위험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에서 고객의 머릿속에 시스템1을 작동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다음과 같이 위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집은 소중한 가족을 지켜주는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나는 아주 작은 냄새가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청소 서비스를 소개하는데 도입부 문장을 이렇게 작성하면 고객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곤경에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 인식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느껴질 것이다. 위험을 감지한 고객은 당신의 글을 무의식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뇌는 위험 정도를 감각으로 인식할 때 절댓값이 아니라 비교 값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교 대상이 있어야 인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 상태의 좋은 점은 부각하고, 위험이 현실이 된 미래 상태의 나쁜 점을 강조하는 식이다. 이때 현재 상태와 미래 상태의 차이가 클수록 고객이 느끼는 위험 정도는 커진다. 저축 상품을 판매하는 데 다음과 같은 문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당신은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지금의 직장을 잃게 돼도 그럴 수 있을까요? 소중한 아이의 미래 준비도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오해하지 말자. 위험을 강조해야 한다고 없는 위험을 만들거나 위험을 과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결국엔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거나 알고서도 외면하고 있었던 위험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때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현재의 긍정적 상태를 부각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도입부에 ‘효율의 지름길’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고객의 시선을 계속 붙잡을 수 있다. 효율은 우리 뇌에 일종의 보상으로 작용해 쾌감의 호르몬 도파민을 분출시키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주의 집중 기능이 있는 전전두엽에 영향을 미쳐 당신의 글을 끝까지 읽게 만들어 준다.
효율의 지름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용을 더 많이 절약하게 해주는 비용 지름길이고, 또 하나는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게 해주는 이익 지름길이다. 어느 지름길을 강조해도 상관없다.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최고급 한우를 백화점 대비 2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입니다”는 비용, “이 제품에만 있는 차별화된 기능이 당신과 동료들의 업무 생산성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것입니다”는 이익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트렌디한 가구를 구입할 때 10% 낮은 가격에, 10% 더 많은 혜택을 얻는 비법을 공개합니다”와 같이 두 지름길을 모두 보여줘도 좋다. 효과는 배가 된다. 단,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만 조심하자.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03호(2024년 10월 2호) ‘첫 세 줄에 승부 거는 세일즈 글쓰기’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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