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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한미동맹이 美국익’, 트럼프 충성파 내각에 각인시켜야[동아시론/박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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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외교안보라인, 왈츠-헤그세스 등 강경파

韓, 거세질 미국 우선주의 대응전략 마련해야

‘동맹과 호혜주의 없인 美국익 어렵다’ 설득을

동아일보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인선 윤곽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은 중국 옥죄기, 미국 우선주의, 그리고 미국 우월적 보수주의,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중국 옥죄기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플로리다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루비오는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블랙리스트,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한 대중국 압박을 공공연히 천명하고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관세 부과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최종 안착 지점이 어디일지, 또 미국과 미국의 우방국에 전가될 비용과 피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 미국 소비자들이 가지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지만 루비오 지명자는 일관되게 대중국 초강경 입장을 밝힌 유력 정치인이었다.

루비오 지명자의 대중국 입장에는 대만 문제도 연루돼 있다. 그의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대만 언론들이 ‘친구의 등장’이라고 호평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루비오 지명자는 대만에 매우 우호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의 대대만 무기 수출액이 180억 달러 수준으로, 지난 4년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액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는 점은, 향후 4년 동안 전개될 미국의 친대만 노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경우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 마이클 왈츠 백악관 안보보좌관 지명자 그리고 톰 호먼의 국경선 차르(Border Czar) 내정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인 왈츠 지명자는 중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모든 사안을 미국의 이익이라는 창(窓)으로만 사고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인도에 우호적인 정책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과거 구소련을 옥죄기 위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데탕트가 전개되었듯이, 중국을 옥죄기 위해 미국-중국-인도 삼자 게임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 한편 호먼 내정자는 2020년 펴낸 저서의 책 제목에서부터 국경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는 소위 미국 우월적 보수주의의 백미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폭스뉴스 진행자로 더 유명한 헤그세스는 예비역 육군 소령 출신인데, 좀 더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지만 군 복무 시절의 처신 및 2020년 1월 6일 의회 진입 폭동에 관한 그의 말 바꾸기가 미국 언론에 상세히 보도되고 있어 상원 청문회가 특히나 시끄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안보와 평화의 마지막 수호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미 국방장관의 과거 지위를 떠올려 볼 때 국방부의 수장이 된 헤그세스가 당분간은 낯설어 보일 듯하다. 랫클리프 지명자는 트럼프가 12일 스스로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 두 곳에서 봉사한 최초의 인물”이라며 각별한 신임을 표한 바 있다. 또 다른 정보기관 한 곳은 트럼프 1기 시절 그가 수장으로 있었던 국가정보국(DNI)을 말한다.

수년 전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과다한 트럼피즘을 제어할 세 명의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을 언급한 바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바로 그들이었다. 아직 트럼프 2기에서는 예측 불허 트럼피즘을 막아 줄 보호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 중 하나인데, 백악관 4년을 이미 경험해 본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4년간 스스로 쌓은 학습효과를 어느 정도 발휘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 1기보다 훨씬 정교하면서도 거침없는 트럼피즘이 등장할 가능성이다.

문제는 강력한 트럼피즘의 추종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며, 한미동맹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차기 행정부는 다자주의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양자 협상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는 전통적으로 양자 외교에 강하다. 오래전부터 초강대국들과의 양자 외교가 일상화된 나라다. 한미동맹의 이익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미국의 표현대로 인태 지역의 ‘안보 격자(security grid)’ 차원에도 확실하게 걸쳐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미국의 주요 인선자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 꺼리는 현실도 친절히 알려줘야 한다. 즉, 미국의 국익 우선주의 외교는 현실적으로 동맹국들과의 호혜주의가 없이는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할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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