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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사설]與 당원게시판 논란, 韓 대표의 ‘그답지 않은’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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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다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4.11.2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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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한 대표는 21일에도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하고 그러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가족이 글을 올린 게 아니라고 하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도 “당원 신분에 대해 법적으로도 그렇고 (당원 보호를 위한) 당의 의무가 있다. 위법이라든가 이런 게 아닌 문제들이라면 제가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 대표는 게시판 논란이 보름 넘게 지속되는데도 여전히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답변만 내놓으며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의혹에는 사실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한 대표 본인으로선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을 받은 적이 없어 글을 쓸 자격이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가족에 대해선 ‘맞다 아니다 설명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자신과 주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망설임 없이 즉각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을 해 온 한 대표다. 이번 논란에 대한 방어적 태도는 평소 스타일과도 달라 ‘그 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대표는 친윤계가 요구하는 당무감사에 대해 당원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내세우거나 당내 분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특히 야당 대표 재판 결과나 민생 문제에 집중하자고 하지만 그의 석연찮은 태도는 오히려 당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친윤계는 한 대표 가족의 비방 글 작성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7월 전당대회 때 불거졌던 한 대표 측 댓글팀 의혹, 즉 법무장관 시절 여론 관리를 해주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던 팀의 작업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러니 중립적 인사들마저 “당무감사를 통해 신속히 진상 규명을 하자”며 가세하고 있다.

게시판 논란은 보수단체의 고발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은 친한-친윤 당정 두 지휘부 간 갈등과 반목에 있고, 따라서 그 규명이나 해결 방법도 법이 아닌 정치에서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언제 나올지 모를 수사 결과를 기다리다간 가라앉았던 여권 내 집안싸움이 다시 폭발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한 대표가 먼저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의혹에 대해 밝히고 당무감사를 지시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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