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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생일에 법정 나온 박정훈 대령…‘응원 인파’ 뒤 어머니는 몰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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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상관명예훼손과 항명 혐의를 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의 결심 공판이 열린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들머리에서 박 대령이 ‘몰상식’, ‘불공정’이 적힌 도토리묵을 자르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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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히 귀환하시길 바랍니다.”



군 사망사고 전·현직 병사 부모들로 구성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가 21일 항명죄 군사법원 재판 결심을 앞둔 박 대령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긴장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꼭 쥐고 서 있던 박 대령은 웃는 얼굴로 답했다. 박 대령 등 뒤로 ‘진실의 힘은 강하다’라는 글귀가 쓰인 손팻말이 보였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박 대령과 함께하는 시민 환담 자리를 마련하고, 군사법원으로 행진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군 검찰 구형이 나오는 결심 공판을 앞둔 박 대령을 응원하고 법원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낮 12시25분 서울 용산구 천주교 군종교구청 앞 박 대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50여명의 시민이 모여들어 환호했다.



“뜻하지 않게 많은 분이 오셔서 한 말씀만 꼭 드리겠습니다.” 평소 발언을 자제하던 박 대령이 이날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는 “지난 1년 반을 달려오면서 채 상병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은 세상에 다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턴 이 진실이 승리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에 정의로움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인 것 같다. 그 큰 발자국을 오늘 뗀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종교계 인사와 국회의원, 전·현직 병사 부모들이 응원을 보탰다. 송원근 원불교 교무는 “정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 참군인의 표상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정의의 길을 가는 데 주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박 대령이 정의를 지키려고 묵묵히 버티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배우자와 권력을 지키려고 했다. 우리는 채 상병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 마음을 안고, 박 대령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저 넓은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박정훈이라네.” 해병대 선후배가 모여 만든 ‘팔각모 브라더스’는 응원가를 불렀다. 박 대령 주위로 모인 해병대예비역연대도 함께 따라 불렀다. “해병대가 가는 곳에 ‘묵사발’ 있고 박정훈 대령 가는 곳에 승리가 기다린다”는 가사 뒤로 ‘몰상식’, ‘불공정’이라는 단어가 쓰인 도토리묵이 등장했다. 박 대령이 이를 반으로 가르는 ‘커팅식’을 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은 박 대령의 생일이었다. 시민들은 함께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태어나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응원했다. 그 아들을 낳은 어머니도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아들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가르친 적이 없고 오직 진실만을 말할 것을 교육했기 때문에 오늘의 박 대령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후 1시28분 박 대령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시민 환담과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멀리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박 대령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뒤를 따랐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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