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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단독] “의료계 소통 능력 떨어져…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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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지낸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교수

조선일보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현재 주 4일 외래 진료를 하고 있는 그는 “의료계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의사가) 전문가 집단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이뤄진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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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44)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사태와 관련해 “의료계의 소통 능력과 정치적 역량이 부족해 국민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의료계도 반성해야 할 지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지난 5월까지 21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 일했고, 7월부터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주 4일 외래 환자를 보고 있다.

그는 “의사들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의사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봐선 안 된다”며 “의사들이 ‘의료 개혁은 우리가 할 테니 정부와 정치인은 개입하지 말라’고 하려면 국민 신뢰·지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신뢰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의료계가 국민과의 소통을 활발히 하고 의료 정책과 관련한 정치적인 목소리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최근 이화여대 의대 학술지인 ‘이화의대지(The Ehwa Medical Journal)’에 기고했다.

-향후 의정 갈등을 어떻게 예상하나.

“의료계와 정부,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의대 정원은 어느 정도 늘겠지만, 앞으로는 어떤 정부도 급격한 증원은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빠진 지금의 여·의·정 협의체로는 논의 진전이 불가능하다. 의·정이 서로 한 발씩 물러서기까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 의사와 환자 간 신뢰는 점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정 사태 이후 진료 현장으로 돌아왔다. 의사와 환자 간 신뢰 문제를 체감하는지.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과의 신뢰는 더 공고해진 면도 있지만, 병원 밖은 다르다. 나와 내 가족의 예약·진료·수술이 지연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지면 국민은 책임을 묻는다.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도 그 대상이 된다. 의사 집단 전체에 대한 신뢰 저하가 우려스럽다.”

-정부 정책 방향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추진의 일방성이다.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이 무시당했고 오히려 ‘개혁 대상’이 돼버렸다. 의정 간 신뢰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필수 의료 사법 리스크(위험) 완화 등 일부 의미 있는 개편안까지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증원 규모는 네덜란드 등 다른 주요국처럼 전문가 중심으로 과학적인 추계 기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의사 정원이 정치적 이슈가 돼선 안 된다.”

-그간 의료계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의정 사태 초기부터 실패했다고 본다. 사태 초기는 우리 의료가 왜 ‘3분 진료’를 타파하지 못하는지, 왜 필수 의료 의사들은 그렇게 고강도로 일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못 받는지, 비급여 진료 시장이 왜 커질 수밖에 없는지 국민에게 소신껏 설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초기에 의료계 리더십에서도 경쟁적으로 정부를 더 강하게 규탄·비난하려는 목소리만 나왔고, 소셜미디어에선 막말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의료계의 진정성이 묻혀버렸다. 그러면서 국민과 더 멀어졌다.”

-누구의 잘못인가.

“우선 의료계 내 리더십이 문제였다.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 부재했다. 좋은 리더를 선출하지 못한 의료계 내부 구성원들의 책임도 있다.”

-소통 능력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세상은 의사들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일부 의사의 막말도 문제였지만, 리더십 차원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너무 부족했다. 우리 뜻을 잘 전달하려면 전략도 잘 세워야 한다. 정당은 매 순간 그걸 고민한다. 사태 초기에 정부가 매일 브리핑을 할 때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았다. 그런데 의료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계속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의료계가 그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끌려갈 것이냐, 끌고 갈 것이냐’의 선택에서 수동적인 태도로 끌려가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나.”

-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가 논란이 됐다.

“의료계의 미성숙한 면모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꼭 해야 하는 일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관한 구분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국회의원 할 때 동료 의사들에게서 ‘정치인들은 다 왜 그러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주변에서 ‘의사들은 왜 그러느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의사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정부·국회는 기본적으로 국민과 약자·소수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정책 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더 많은 직역을 만나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다른 직역의 시각에서도 바라봐야 의사의 주장에 국민이 지지하고 공감하도록 할 수 있다. 병원에선 의사 처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 중심이지만, 이 사회에서 의사는 여러 전문가 집단 중 하나일 뿐이다.”

-의료계를 향한 국민 지지·공감이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그게 없으면 의료계에서 원하는 방향의 의료 개혁도 불가능하다. 아무리 필요한 법안, 좋은 법안도 저절로 통과되지 않는다. 특히 지금 의료계 리더뿐만 아니라 앞으로 의료계를 이끌어나갈 젊은 의사들일수록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의사가 의료 개혁을 주도해야 하는 적임자라는 신뢰를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대한민국 의료를 어떻게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냐에 관한 발전적인 메시지를 의료계에서 계속 내야 한다. 그리고 결국 의료계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이뤄진다.”

☞신현영

1980년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14~2016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등을 지냈고, 2020년 대한가정의학회 코로나 TF에서 코로나 대응에 앞장섰다. 그해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지난 5월까지 21대 국회의원(민주당)으로 활동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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