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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현존 최강 신상 피트위스키… 브룩라디 인터뷰[김지호의 위스키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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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봉, 통영 굴, 보성 녹차, 안동 사과. 모두 각 지역의 기후나 토양, 농업 방법에 따라 자라난 특산품들입니다.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에도 테루아(Terroir)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진 곳이 있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비코프(B-Corp: 기업의 이윤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글로벌 인증 제도) 인증을 받은 브룩라디 증류소입니다. 이들은 100% 스코틀랜드산 보리 사용을 원칙으로, 다양한 지역 보리를 활용해 위스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 피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옥토모어, 포트 샬럿 모두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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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라디 증류소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 개러스 브라운(Gareth Brown).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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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라디 증류소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 개러스 브라운(Gareth Brown)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는 20년 동안 에드링턴 그룹, 산토리 등 거대 주류 회사를 거쳐 2020년부터 브룩라디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처음이신지. 방한 이유에 대해서.

네 이번이 처음입니다. 글로벌 마케터로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미래 성장적 측면에서 저희에게 절대적인 우선순위에 있는 시장입니다. 수치적으로는 시장을 이해하고 있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증류소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광고 예산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발로 뛰면서 증류소의 철학을 전파하고 있는 셈이죠.

-브룩라디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증류소 내 모든 싱글 몰트 포트폴리오와 보타니스트 진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맞닿는 접점이 있는 모든 업무는 제 관할 구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고객 응대부터 브랜드 앰배서더 팀까지 전부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브룩라디 증류소가 다른 아일라 증류소에 비해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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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아일라섬에 위치한 브룩라디 증류소 모습.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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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는 인구수 약 3천여 명 규모의 작은 섬입니다. 2001년 증류소 운영을 재개했을 때 내세운 원칙이 ‘아일라섬과의 상생’입니다. 브룩라디는 보리 수확부터, 증류, 숙성, 병입까지 모두 아일라섬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건강한 토양을 가꾸기 위한 환경문제와 지속 가능성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 모델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이 방법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업계에서 혁신과 변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저희의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위스키병은 투명한데, 브룩라디는 불투명한 제품이 많아요. 특히 클래식 라디, 옥토모어의 기본 제품군은 내용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조차 어렵고요.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길을 가기 위한 도전입니다. 전 세계 어느 몰트 바에 가도 에메랄드빛 바다색 병에 담긴 ‘클래식 라디’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위스키 맛에 자신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디자인적으로 궁금증을 유발하여 소비까지 이어지게 하는 전략입니다. 브룩라디만의 팬층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금속 재질의 깡통 포장재가 친환경적인 소재로 바뀌고 있어요. 어떤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지속 가능성이 있는 포장재를 만드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습니다. 의미 없는 포장을 줄이는 게 위스키 업계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병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는 작업을 이어 나갔고 운송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브룩라디의 모든 위스키 생산 공정은 아일라섬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유리병은 외부에서 들여와 병입 후 다시 글래스고로 보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일라섬과 글래스고를 오가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날씨 등의 여러 가지 변수가 따르죠. 포장재를 줄임으로써 팔레트 하나로 운반 가능한 위스키의 수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65%까지 줄일 수 있었고 디자인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보틀이 만들어졌습니다. 저희에겐 이 프로젝트가 ‘게임 체인저’역할을 한 셈이죠.

-아일라섬이 보리 재배에 적합한 토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아일라 발리’ 시리즈는 아일라섬에서 재배된 보리만을 사용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테루아가 술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골든 프라미스나 로리어트(Laureate) 품종과 비교했을 때 체감할 수 있는 차이가 있을까요?

브룩라디는 와인 업계가 가지고 있는 개념들을 위스키에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테루아를 위스키에 적용한 셈이죠. 보리 품종에 따라 위스키의 풍미도 크게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믿음이 ‘아일라 발리’ 프로젝트를 만들었고요.

테루아의 영향력을 증명하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했어요. 스코틀랜드 내륙 지역과 아일라섬에서 수확한 동일 품종의 보리로 위스키를 제작해 비교하는 실험이었죠. 각기 다른 지역에서 수확한 보리로 증류한 스피릿은 동일한 조건의 오크통에 10년가량 숙성시켜 그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총 4종류의 제품은 전부 맛 성분이 달랐고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저희는 아일라에서 수확한 보리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사업 모델로 채택했습니다.

◇피트 끝판왕 옥토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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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모어 15 시리즈. (왼쪽부터)15.1, 15.2, 15.3 /메타베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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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끝판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옥토모어. 왕좌의 자리를 지키는 데 부담이 클 거 같아요. 소비자들의 입맛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상향 평준화됐고요. 13 시리즈 이후 살짝 인기가 식은 듯하더니 15 시리즈로 다시 옥토모어의 건재함을 보여줬어요. 향후 옥토모어의 방향성에 대해서.

저희는 피트 위스키의 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웃음). 옥토모어는 그냥 ‘옥토모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매년 시리즈별로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옥토모어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죠. 최근 일본에서 옥토모어 15 출시 행사 때 600여 명의 거래처와 파트너, 소비자들이 함께했습니다.

옥토모어는 낮은 숙성 연수와 높은 도수 그리고 강한 피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부조화하지만 실제로 맛을 보면 굉장히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02년 처음 출시된 옥토모어는 앞으로도 한정판 개념으로 꾸준히 출시될 예정이고 새로운 실험을 이어갈 것입니다. 현재 16 시리즈는 이미 준비가 마무리된 상황이고 17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옥토모어의 도수는 60도에 육박해요. 그런데도 캐스크 스트렝스라는 표현을 안 씁니다. 결국 물을 타서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이뤄지는 건가요? 옥토모어가 사용하는 피트의 출처도 궁금합니다.

캐스크 스트렝스에 가깝지만, 캐스크 스트렝스는 아닙니다. 아주 소량의 물을 활용해서 블렌딩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헤드 디스틸러인 애덤 헤넷은 위스키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캐스크 스트렝스를 고집하고 있지 않습니다. 옥토모어는 지금까지 계속 하이랜드에서 나오는 피트를 사용해 왔습니다. 아일라 피트는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옥토모어 시리즈 중 8.3, 15.3 은 페놀(PPM) 수치가 300ppm이 넘어요. 페놀 수치도 마케팅의 일부인가요? 아니면 기선제압용인지.

높은 페놀 수치는 옥토모어 제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입니다. 보통 페놀 함량이 높은 몰트는 일관성 있는 페놀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논 피트 몰트와 섞어서 사용합니다. 저희는 이런 틀에서 벗어나 매번 가장 높은 페놀 수치를 가진 몰트를 사용합니다. 그 결과 300ppm이 넘는 페놀 수치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죠.

올해 15.3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저희가 페놀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진 않지만, 높은 페놀 수치는 옥토모어 팬들에 의해 만들어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포트 샬럿, 옥토모어 둘 다 피트를 사용해요. 이렇게 피트 제품군을 둘로 나누는 이유가 있을까요? 두 제품 간 결정적인 맛의 차이가 있다면?

포트 샬럿과 옥토모어의 역할이 다릅니다. 포트 샬럿은 바다 느낌의 피트를 강조하는 아일라 제품과 다르게, 바비큐 훈제에서 날 법한 스모키한 피트를 보여주는 제품군입니다. 포트 샬럿이 일반 피트 애호가들을 위한 제품이라면, 옥토모어는 조금 더 강력하고 마니악한 취향을 가진 팬들을 위한 제품입니다.

-브룩라디의 위스키 제조 방식이나 시설들을 보면 전통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여요. 대부분 컴퓨터가 아닌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결과물은 굉장히 실험적이고 창의적이에요. 전통에 대한 도전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브룩라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우리는 자신을 ‘미래에 재해석된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증류소’라고 부르고 있어요. 지금까지도 빅토리아 시대의 증류 장비들을 사용하고 있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 만들어진 장비들은 현재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습니다. 브룩라디의 위스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위스키를 만드는 방식은 전통적이지만, 브랜드를 표현하고 홍보하는 방식은 매우 현대적입니다. 전통과 현대의 이색적인 조화가 브룩라디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블랙 아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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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트 11.1 24년 숙성 제품 모습.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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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미스터리한 블랙 아트 시리즈에 대해서. 대체 어떤 오크통을 사용하는지. 팔레트에서 굉장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맛이 납니다. 제가 11.1을 마셔봤을 때 기본적으로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한 느낌이었고 이후 셰리와 레드 와인 오크통에서 피니시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랙아트는 브룩라디가 보여주는 모든 행보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제품입니다. 브룩라디는 모든 정보를 투명성 있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블랙아트는 오직 이를 만든 애덤 헤넷만이 알고 있습니다. 미스터리함이 이 브랜드의 핵심인 셈이죠. 선대 헤드 디스틸러인 짐 매큐언이 블랙아트를 만들었고 애덤 헤넷이 이를 이어받아 지속해서 창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블랙아트는 전부 1994년 이전 오크통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1994년 이전 오크통과 소량의 1998년 오크통을 조합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최소 24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라고 볼 수 있죠. 이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브룩라디 증류소가 브랜드의 전권을 애덤에게만 위임한 시리즈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블랙아트 11은 앞으로 중단기적으로 저희가 출시할 마지막 시리즈입니다.

-브룩라디가 추구하는 맛의 방향성.

저희는 항상 새로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브룩라디 증류소의 기본 값은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한 가볍고 꽃처럼 화사하면서 시트러스한 느낌의 위스키입니다. 지금은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들이 인기지만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가 미래에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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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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