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0 (수)

[사설] 국방 장관 탄핵 검토라니, 정쟁으로 안보 공백 만들려 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김용현 국방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검토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민주당 최고위원 말에 따르면, “대북 전단을 또 방치해 남북 긴장을 다시 증폭”시키며 “김건희 살리자고 불장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도 힘든 얘기다. 전날 북한 김여정이 대북 전단이 뿌려졌다고 비난하자 민주당이 우리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이 개정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처벌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북 전단을 보내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국방부가 원천 차단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방부가 “김건희 이슈를 덮겠다”고 대북 전단을 보낸다고 한다. 대북 전단으로 어떻게 김건희 이슈를 덮나. 민주당 내에는 김 장관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으니 미리 탄핵해 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발의해 과반 찬성으로 가결할 수 있다. 아무리 탄핵 사유가 없어도 거대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김 장관을 탄핵 소추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게다가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 지연으로 탄핵 여부를 심리할 헌법재판소에도 재판관 9명 중 6명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 소추했을 때 헌재 기각까지 167일이 걸렸는데, 지금 김 장관이 탄핵 소추되면 그 기간 이상 직무 정지가 길어질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안보에는 공백이 생긴다.

지금 북한군 러시아 파병의 여파가 국제사회 전반으로 미치고 있다. 북·러 간 군사 협력은 우리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전후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런 때에 국방 장관을 탄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그에 쏠리는 관심을 이렇게 돌리려는 것인가. 정쟁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