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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朝鮮칼럼] 반환점 돈 정부에 거는 마지막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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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개혁 노력 가상하지만 이뤄진들 체감까진 오래 걸려

당장 효과 보는 규제혁신에 남은 임기 전력 다하고

2년반 동안 규제개혁 게을리한 공무원들 문책해야

미국·중국에 없는 규제는 모두 푼다는 각오 필요해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면 경제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트럼프 당선자가 발표한 정책을 보면 고물가·고금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세워 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적 지출을 줄이겠다는 시도는 참신해 보인다.

이 정부도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외쳤고 범정부적인 규제 혁신을 통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지난 정부가 재정, 금융 등 거시 정책 수단을 탕진한 결과 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규제 개혁밖에 없었던 것으로 우리는 이해한다. 이 유일한 돌파구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트럼프의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에 직면하게 된 지금도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는 규제 개혁밖에 없는 상황은 그대로이다.

가격 규제는 법이 허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가격 규제는 얻는 것 이상의 대가를 치르는 어리석은 짓이다. 전기 요금이나 대학 등록금 규제같이 넓고 엷게 주는 혜택은 표로 연결되기도 어렵다. 그러나 손해는 한전 주주와 대학 교수 등에게 집중되게 마련인데 이들은 다음 선거를 기다리며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AI 시대에 핵심 인프라인 전력의 질과 양은 어떻게 확보하고, 이공계 젊은 교수들이 대학을 떠나는데 첨단기술 인력은 어떻게 키워 낼 것인가? 무섭다.

정치적, 사회적 고려는 재정으로 하는 것이지 가격(금리도 가격이다)으로 하는 게 아니다. 가격이라는 수단은 무차별적이어서 가격 규제는 가장 질이 나쁜 보편적 복지다.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 한 해 두껍게 보호하면 더 많이 표로 연결될 것이다. 그냥 안 하기만 하면 되는 규제 개혁도 못 한다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해야 할 일들을 보자. 연금, 노동, 교육에 의료까지 얹어서 4대 개혁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니 참으로 가상한 일이기는 한데, 이 개혁들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로 국민이 체감할 만큼 경제가 좋아지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작지만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규제 혁신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더 나을 성싶다.

경제는 설비, SOC, 교육, R&D 등 투자에 의해서만 강해질 수가 있다.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가장 효과적인 복지 정책이기도 하다. 첨단 기술 산업에서 미국, 중국과 경쟁을 하는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로서는 교육과 R&D 투자에 목을 매야 한다. 기업의 투자만으로 부족하면 나라라도 나서서 필요한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 계획이 있는데 규제가 막고 있다면 당장 풀어주어야 한다.

투자는 돈, 땅, 사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땅과 사람에 대한 규제를 풀어 돈을 끌어들이는 일이다. 땅에 대한 규제는 법을 고치지 않고서도 풀어줄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다. 지자체에 토지 이용에 관한 규제 권한을 대폭 넘겨서 지자체들이 가용 토지 공급으로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게 하라. 자기 땅이 규제에서 풀린 국민부터 감읍할 것이고 투자 비용이 낮아져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농지 규제를 풀면 쌀 과잉 생산 문제는 눈처럼 녹아 없어진다.

사람(노동)에 대한 규제가 제일 풀기 어렵다. 노동 규제는 사용자를 규제하는 것 같지만 반사적으로 노동자도 규제를 당한다. 주 52시간 노동 규제는 사용자가 그 이상 일을 시키지 말라는 것이지만 그 이상 일을 하고 싶은 노동자도 꼭 같이 규제를 당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노동 규제는 못 풀어주더라도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이라도 풀어주라. 사용자는 반사적 자유를 누리면 된다. 입학 정원 등 대학에 대한 규제는 전형적으로 안 하기만 하면 되는 규제들이다. 당장 그만두게 하라.

규제에는 입법이 필요하지만 규제권은 대부분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고 상세한 내용은 시행령 이하에 맡겨져 있다. 행정부에 맡겨져 있는 규제권을 그냥 행사하지 않기만 하면 그게 바로 규제 혁신인데, 담당 부처에 맡겨 놓으면 그 권한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평생 그 규제를 삶의 보람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너무 무리한 주문이다.

임기 초 시작한 규제 혁신은 총리 규제혁신추진단만이 아직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이미 다 사라졌다. 장관들은 어차피 갈 때가 되었으니 별 임팩트가 없을 것이다. 지난 2년 반 규제 개혁에 미온적이었던 공무원들 문책부터 해야 한다. 임기 중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미국, 중국에 없는 규제는 다 풀어준다는 각오로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정부효율부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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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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