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폴란드 북부 레지코보에서 미국 이지스 어쇼어 미사일 기지 개소식에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레지코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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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와 약 160㎞ 떨어진 폴란드 북부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 기지가 공식 개설됐다. 폴란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를 다지며 안보 태세 강화에 나서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폴란드 국방부는 13일 발트해와 가까운 북동부 레지코보에서 미군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 개소식을 열었다. 2008년 조지 더블유 부시 미국 대통령 시기부터 계획된 해당 방어 시스템은 당시 이란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됐지만, 폴란드는 러시아 공격에 대비한 보호책으로 여겨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덧붙였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안보에 대한 폴란드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줄곧 지연됐던 기지 건설 작업이 진척을 보이면서 지난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해당 기지의 가동 준비가 완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세계는 이곳이 더는 러시아의 영향권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를 직접 겨냥했고, “폴란드의 관점에서 이는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의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봉쇄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동등성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추가 조처가 따를 것을 경고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지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으로, 이지스 구축함 방공 기능을 육상으로 옮긴 것이다. 미군 유럽사령부 산하의 해군 시설인 레지코보 기지에는 AN/SPY-1 레이더, Mk41 수직발사기, SM-3 요격미사일 등이 배치됐으며,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 미군은 ‘유럽 단계별 탄력적 접근 전략’(EPAA)으로 불리는 유럽 미사일 방어 통합계획에 따라 2016년부터 루마니아에서도 이지스 어쇼어 가동을 시작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방공망은 스페인 로타 항구에 있는 이지스 구축함과 튀르키예 퀴레지크에 있는 조기경보레이더 등과도 연동된다. 러시아는 2007년께 폴란드 기지 건설이 계획될 당시부터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왔지만, 나토는 방어용 조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나토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당선된 뒤 나토 회원국들도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과 추가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며 2025년 예산안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예산으로 지출할 계획을 세우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지난 1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기지 건설은 “미국의 지정학적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폴란드와 미국의 동맹은 누가 바르샤바를 통치하든, 워싱턴을 통치하든 강력하다”고 썼다. 바르샤바에 방문 중인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두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각각 회담하며 나토에 대한 폴란드의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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