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회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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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3시30분 서울 외환시장이 주간거래를 마칠 때 원-달러 환율은 1386.4원이었다. 다음날 오전 2시 야간거래를 마칠 때는 10.6원 올라 1397.0원이었다. 이와 같이 야간거래 종가가 상승하는 일이 사흘째 이어졌다. 12일엔 1403.5원(주간 종가)에서 1409.9원(야간 종가)으로 올랐다. 미국 시장의 달러 강세 흐름이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견줘 미국 달러의 상대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7일 104.51에서 13일 106.48로 상승했다.
13일 야건거래에서는 환율 움직임이 달랐다. 이날 장중 1410원을 돌파했던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가 1406.6원으로 조금 내리고, 야간거래에선 9.1원 더 떨어져 139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가치를 올려 고시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또 시장에는 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감도 팽배했다. 우리은행은 14일 아침 보고서에서 “14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뚫릴 경우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성 자금이 늘어날 가능성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외환 당국의 미세 조정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당국의 개입이 시작됐다. 14일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적극적 시장 안정 조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중동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올랐던 지난 4월 중순 이후 7개월 만의 구두 개입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보다 1.5원 내린 1405.1원에 거래를 마쳤다. 1400원대에 자리를 잡긴 했지만, 당국의 브레이크에 급등세가 일단 멈춘 모양새다.
환율 상승 압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달러지수는 14일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오후 3시30분 106.66까지 올랐다. 13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달러가 소폭 강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12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 추가 인하할 확률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엔에이치선물 위재현 분석가는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달러가치 하락 요인)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서 공격적 매도를 이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서울 주식시장의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713억원어치, 코스닥 시장에서 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는 0.07% 오르고, 코스닥지수는 1.17%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고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한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노무라증권은 전날 낸 보고서에서 내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상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화가 약세로 가고, 원-달러 환율도 5월에 15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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