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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트럼프 종전 서두르자 우크라 "영토보다 안보"…러시아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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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합의를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 보전보다 안전보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면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해도 미국의 접근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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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트럼프 타워에서 회동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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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순위는 영토 경계선이 아닌 휴전이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에 뺏긴 영토의 회복 없이는 휴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이제는 영토 보전보다는 러시아의 재침공을 방지하는 조치를 더 중시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로만 코스텐코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정보위원장은 "협상은 (안전)보장에 기초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어떤 영토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일부 뺏긴 상태에서 휴전 협상에 나서는 일에 대한 정당화라고 NYT는 해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달 "우리가 어떤 길을 가든, 점령지가 다른 나라 영토임을 법적으로 인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안전보장은 협상이 쉽지 않은 문제다.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가진 휴전 협상 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하면 다른 나라들이 방어를 돕는다는 조항에 반발한 러시아가 협상을 깼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는 보장책이라고 본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휴전 협상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이 즉각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생각이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철수를 휴전 협상 전에 이뤄져야 할 조건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여당 콘스탄틴 자툴린 의원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철수하면 러시아가 내년 봄 휴전에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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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 (현지시간) 소치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파트너십 포럼 장관급 회의 폐막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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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러시아 강경파 내에서는 내년 봄 합의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친정부 기업인 콘스탄틴 말로페프는 "우크라이나가 추가로 영토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최소한 조건이므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13일 국영 로시야-1 방송과 인터뷰에서 현 상태로 전선을 동결하는 방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쟁을 멈추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전선을 따라 10년간 휴전하고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다. 이는 새로운 방식의 민스크 협정과 똑같고, 심지어 더 나쁘다"고 말했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 지원을 받는 친러 반군 사이 종전을 위해 2014년과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체결된 2개의 협정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양측의 교전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며 협정은 유명무실해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접근 방식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은 나토 영토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항상 통제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문제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인 접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날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휴전 협상을 이끌 평화 특사를 곧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전선 동결 후 비무장지대 조성,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최소 20년 유예 등이 협상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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