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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단독] 주주 격렬 반대 의식했나... 이리츠코크렙, 강남e스퀘어 편입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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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이리츠코크렙의 자산관리회사(AMC) 코람코자산신탁이 ‘강남e스퀘어’ 매입설에 대해 부인했다.

코람코자산신탁관계자는 조선비즈에 “이리츠코크렙이 주주가치 제고와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신규 자산을 검토했고, 강남e스퀘어가 대상에 올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종적으로 매입이 결정된 바 없다”고 30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코람코가 매입설에 대한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다. 코람코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강남 e스퀘어를 편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선비즈

이리츠코크렙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코람코자산신탁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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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리츠코크렙 최대 주주인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강남e스퀘어를 이리츠코크렙 신규 자산으로 편입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랜드리테일이 지난 4월 코람코자산신탁과 강남e스퀘어 부동산 신탁계약을 체결했던 점도 소문을 키웠다. 그러나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이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키기 위해 코람코자산신탁과 부동산 신탁 서비스 계약을 맺었을 뿐, 이리츠코크렙 편입 여부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리츠코크렙 주가는 강남e스퀘어 매입설이 불거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리츠코크렙 주식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전날보다 3.7%(165원) 하락한 42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4070원까지 밀리며 2018년 상장 이래 최저가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강남e스퀘어 편입 여부에 투자자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매입 자금 조달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발행주식 수가 늘면서 주가 희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강남e스퀘어가 구분소유 건물인 점도 부담이었다. 구분소유 건물은 여러 명이 건물을 나눠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편입 이후 가치를 올리기 위한 리모델링 추진 등을 위해선 구분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구분소유 건물은 작은 리모델링조차 소유자 전원이 동의해야 하는데, 이는 상상 외로 어렵다”면서 “누군가는 꼭 알박기에 나서기 때문에 구분소유 물건은 매수 문의조차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랜드리테일은 올초에도 한 외국계 운용사와 강남e스퀘어 매각을 논의했는데, 당시 거론됐던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이리츠코크렙이 사들인다고 하니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리츠코크렙이 201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편입하는 신규 자산이 대주주 소유 부동산일 수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리테일이 지분율 4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리츠코크렙이 현재 보유한 뉴코아 일산·야탑·평촌점과 2001아울렛 중계·분당점 모두 과거 이랜드리테일 소유였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그동안 이리츠코크렙을 기업구조조정 리츠에서 일반 위탁관리리츠로 바꾸기 위해 다른 자산을 편입하겠다고 기업설명(IR) 활동을 해 왔는데, 강남e스퀘어 매입은 이와 배치된다.

이리츠코크렙 외의 다른 국내 스폰서 리츠들도 대주주가 보유한 부동산을 자산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에 민원을 넣으며 저항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등이 대주주로 참여해 자금 조달이나 자산운용 등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스폰서 리츠라고 한다.

삼성FN리츠는 삼성화재 판교 사옥을 신규 자산으로 편입하기 위해 6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지난 7일 유상증자 신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공모가(5000원)를 밑돌고 있다. 또 한화리츠는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편입하기 위해 상장 리츠 사상 최대인 47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한화리츠 주가는 지난달 13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날까지 25.4%(1270원)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 소유 부동산을 스폰서 리츠로 넘길 때 부동산 가치 평가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우 2022년 에스콘(ESCON) 리츠가 도마 위에 올라 관련 규정이 강화된 사례가 있다. 에스콘 리츠도 주부전력(中部電力) 산하 부동산 회사 에스콘 재팬이 대주주인 스폰서 리츠였다.

일본 금융청 조사 결과, 에스콘 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에스콘자산운용은 에스콘 재팬 소유 부동산을 정상 감정평가액보다 비싸게 리츠로 편입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콘자산운용은 당시 3개월의 영업 정지 처분과 개선 명령을 받았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스폰서 리츠의 장점이 대주주 계열사가 입주한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보유해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현재는 계열사 현금 유동성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관련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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