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에서 대만까지 먼 거리가 최대 장애물
주변에 대규모 병력 주둔하고 본토 병력 신속 파견
필리핀과 대만 사이 제공권 장악해 안전 이동 보장
[서울=뉴시스]미 육군 101 공정사단 병사들의 지난 8월 훈련 모습. 육중한 미 육군이 중국과 전쟁에 대비해 신속 기동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미 육군) 2024.10.30.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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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육중한 덩치로 느려터진 미 육군이 중국과 전면전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아시아 지역에 신속 파견될 수 있게 변신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알래스카 기지에서 C-17 수송기에 탑승한 864 육군 낙하산부대가 하와이 빅 아일랜드 3개 화산 사이에서 진행되는 그레이트 파워 워(Great Power War; 강대국 전쟁) 훈련에 참가했다.
492명의 참가 병력 중 일부가 수송기 문에 걸려 허둥지둥하는 동안 다른 병사들이 뛰어 내렸다. 19살의 일병이 낙하산이 펴지지 않은 채 빠르게 떨어졌다.
“보조 낙하산을 펴”라는 외침에 낙하산을 폈지만 지상에 충돌하고 만 사병을 도우려 의무병이 달려왔다. 낙하산 부대로서는 꿈도 꾸기 싫은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수십 만 명의 남녀 미 육군 병력이 중국과 전쟁에 대비해 변신하고 있다.
양대 초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전쟁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역대 미군이 입은 모든 전쟁 피해를 능가할 것이다.
해병이나 해군은 이미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대규모 전쟁 대비가 체질화돼 있다.
그러나 덩치가 크고 무거운 육군은 다르다. 육군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동안 싸웠지만 중국은 탈레반 반란군과는 비교가 안 된다. 중국군이 위성으로 모든 미군 부대의 움직임을 낱낱이 지켜보기 때문에 육군은 기본적으로 레이더를 피해 비행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태평양 도서 지역 신속 파견 능력을 검증하는 훈련에서 25 보병사단 병력이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등 협력군대와 함께 정글 협곡에 낙하한 뒤 중장비를 착용한 채 미끄러운 절벽을 기어올랐다.
약 40km 떨어진 진주만에서는 육군 수송선이 장비와 병력을 하역하는 방법을 훈련했다.
오아후 섬의 북쪽 해안 인근에서도 병사들이 깊은 숲속에서 차량 여러 대로 구성된 지휘통제소와 대형 컴퓨터 스크린을 위장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외면하면 미국은 패권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세스 조운스 선임 부소장은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미국을 밀어내고 아시아 최강의 군사 대국이 될 것이며 그로 인한 2차, 3차 파장이 대단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일본과 한국 등 핵심 미 동맹국들이 핵보유국이 되려 할 수 있다.
조운스 부소장은 “로마제국의 멸망이라고나 할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가 최대 장애
미 육군은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장악한 대만을 점령하기 위해 주변 섬들을 확보하는 둑방길 작전(Causeway Operation)에 대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복잡한 지형에 적응돼 있는 일본 육군을 상대하는 것이 버겁다는 이유로 반대했었다. 대만 상륙작전은 노르망디 상륙작전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대만 상륙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하는 군사 전술가들은 거의 없다.
미 육군 태평양 사령부 작전 책임자인 제프리 밴앤트워프 소장은 “무엇보다 침공 병력을 대규모로 편성해야 한다. 대만 해협 160km를 건너야 하는데 대형 수송선은 취약하다”고 했다.
중국은 소형 수륙양용함으로 대만 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하려 들 것이지만 촘촘하게 가설된 기뢰가 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공습으로 기반시설을 집중 파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300만 명이 살고 있는 큰 섬을 지상군을 상륙시키지 않고 점령할 방법은 없다.
중국군 작전 책임자들은 민간 페리선을 개조해 병력과 장비를 수송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임시 부교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군의 대만 방어 작전은 중국군의 상륙을 차단하는데 가장 주안점이 있다.
미 육군 병력 45만 명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일본, 한국, 필리핀, 알라스카, 하와이, 워싱턴 주, 오레곤 주, 캘리포니아 주 등 태평양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대만은 워싱턴 주 타코마 루이스-매코드 합동기지에서 약 1만 km 떨어져 있다. 이를 두고 육군은 “장거리가 최대 장애”라고 묘사한다.
진주만에 정박한 미 육군 로버트 스몰스 함이 육군 장비의 태평양 전장 운송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버지니아 주 노포크항에서 파나마 해협을 통과해 훈련에 참가한 이 배는 900t의 장비와 화물, 병력을 수송했다.
진주만 주둔 제7공병 잠수파견대 앤더 톰슨 대위는 올여름 몇 주 동안 필리핀 북부 바탄 항에서 필리핀 잠수 부대와 합동 훈련했다. 이곳은 대만해협에서 200km 거리다.
이들은 항구를 준설해 미 육군과 해군 함정이 기항하기 쉽도록 했다. 바탄은 대만 해협으로 향하는 미군의 환승 예정지 바시 해협에서 가깝다.
미 공군은 태평양 전역에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없지만 진격로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이를 통해 육군이 저항을 받지 않고 진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필리핀과 주변 도서 지역이 대상이다. 미국은 주일 미군 5만4000명과 주한 미군 2만5000명과 소수의 필리핀 주둔 병력 등을 배치하고 있다.
하와이 훈련은 중국과 전쟁을 상정해 진행됐다. 병사들은 중동 사막 위장복 대신 짙은 수풀 위장복 차림으로 작전을 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참고한 새로운 방식으로 기동했다. 대형 지휘통제소를 20~30분 만에 해체하고 도청을 피하기 위해 육군 위성을 거치지 않고 통신했다.
소규모 부대로 공격하고 신속하게 사라지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다. 대당 9명이 탑승하는 96대의 신형 밀림보병 차량으로 정글을 헤쳐나갔다.
마커스 에반스 25 보병사단장은 “차량으로 130명 규모의 중대 병력을 여러 방면에서 투입해 동시 공격한 뒤 여러 방향으로 빠져 나갈 수 있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 낙하산을 펴라
비행기에서 낙하한 뒤 주 낙하산은 4초 이내에 펼쳐져야 한다. 모두에서 언급한 일병은 결국 보조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척추를 다쳤다. 잠시 뒤 블랙 호크 헬리콥터가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음날 “11 공정 사단 병사 1명이 하와이 훈련 사고로 부상했다”는 짤막한 발표가 있었다. 척추 복합골절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그가 다시 걸을 수 있을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성명은 부상한 병사가 “미 육군 태평양 지역 임무의 중요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말로 끝맺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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