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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국정원 “北 러시아 파병 대가는 1인당 月2000달러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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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증거 확보, 심각한 문제”

나토 “동맹국들, 파병 확인했다”

국정원 “北병력 3000명 러 이동”

조선일보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한 단체가 22일(현지 시각)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군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며 공개한 사진. /아스트라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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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우리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13일 1차 수송 1500명 이후 1500여 명을 추가로 파병해 현재까지 러시아에 병력 3000여 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그들(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파악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또 북한군이 러시아를 도와 이 전쟁에 참여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유럽뿐 아닌 인도·태평양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북한이 이번 병력 배치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러시아가 북한에서까지 지원을 받아야 했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러시아가 군사력 차원에서 훨씬 많은 곤경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도 했다. 이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 파라 다클랄라 대변인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증거를 동맹국들이 확인했다”며 “동맹국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의 파병 병력은 12월까지 총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북한군의 현대전 이해도가 낮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전쟁 파병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에 파견된 군인 가족들을 집단 이주시킨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국정원은 1만여 명이 투입될 것이라는 상당히 근거 있는 첩보를 제시했다”며 “1만여 명 파병은 12월경으로 예상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했다. 실제 파병 수는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최정예 11군단 폭풍군단이란 특수전 부대가 주력으로 파견돼 있다”며 “러시아 내 다수 훈련 시설에 분산돼 현지 적응 중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투 병력이 아직 전투 현장에 파견돼 있지는 않지만, 러시아 각지에서 북한군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관찰했다는 것이다.

정보위는 “러시아군이 한국어 통역 자원을 대규모 선발하고 있다는 동향이 확인되고 있으며 북한군에 군사 장비 사용법은 물론 무인기 조종 등 특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는 국정원의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군 군사훈련에 참여한 러시아 교관들은 북한군에 대해 ‘체력과 사기는 우수하나 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전선 투입 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정보위는 국정원이 “북·러는 한쪽이 침공받을 경우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신조약 4조를 체결한 후부터 파병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장관 출신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안보회의 서기가 북한을 방문해 파병 절차 논의를 개시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1만명이 파병되면 한 달에 약 2000만달러(약 276억원)가 북한에 흘러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국정원은 북한이 파병 대가로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정보위는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박선원 의원은 국정원이 추정한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의도로 “북한·러시아 군사동맹의 고착, 유사시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개입, 경제난 돌파구 마련, 군 현대화 가속의 필요성”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다만 “(정보위 간담회에서)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나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여러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당국이 파병 사실을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지만 점차 소문이 유포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선발 군인 가족이 오열해 얼굴이 상했다’는 말도 돈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들은 러시아 파병이 개시된 이후 ‘긍정적 여론’보다 반발 여론이 더 극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철저한 입단속과 파병 군인 가족에 대한 효과적 통제·관리를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파병과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현지 적응 훈련 중인 특수부대원 영상 등 북한의 파병 정황을 뒷받침하는 다수의 증거가 연달아 공개되고 있는데도 이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날 ‘아스트라’라는 러시아 매체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파병된 북한군 모습으로 보이는 병사들이 모여 대화하는 모습의 영상이 새로 올라왔다. 약 20초 분량의 짧은 영상엔 북한 병사로 보이는 이들이 건물 밖에 모여 잡담을 나누는 모습과 북한 말투로 “힘들다야” “늦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포함됐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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