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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국방과 무기

주한 러 대사 “한국이 우크라에 무기 넘겨도 분쟁 결과 못 바꿔… 한·러 관계만 나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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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비예프 대사 서면 인터뷰

조선일보

지노비예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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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지난 21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23일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다면 이는 분쟁의 결과를 바꾸지 못할 것이고 러·한 관계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한·러 관계 악화 책임도 모두 한국 탓으로 돌렸다.

-북한의 파병을 왜 러시아는 확인하지 않나.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러시아 파병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보도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 제가 보기에 현재까지 제시된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 서방의 공식 인사들도 이에 서둘러 동조하지 않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저는 러시아군이 최근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전)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우크라이나의 방위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 당국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서방 파트너를 쥐어짜 그들이 지원을 추가적으로 확대하도록 애쓰고 있다. 이것이 바로 키예프(키이우) 정권이 이 문제와 관련하여 선동하고 있는 그 히스테릭한 움직임의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약 1만 8000명의 외국 용병이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싸우고 있다. 또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첨단 무기는 서방군이 직접 참여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조선일보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한 단체가 22일(현지 시각)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군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며 공개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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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대사께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현재도 같은 입장인가?

“이전에 말씀드린 내용에 추가할 내용은 없다.”

-북·러 군사동맹으로 유사시 러시아가 한반도에 개입하나.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조약은 서방 국가들이 맺는 동맹협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제4조에는 ‘일방 당사국에 대한 무력 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있는 경우 즉시 양자간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당사국 중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될 경우, 상대방은 UN 헌장 제51조와 러시아연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즉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정하고 있다. 아무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이 조항은 적용될 일이 없다.”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하며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2022년 초 우크라이나에서 특수군사작전이 시작되자마자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서둘러 러시아에 대해 불법적 제재를 도입한 우리의 ‘옛 서방 파트너 국가들’에 합류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는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이 국가들을 모두 비우호국으로 선언했다. 이것이 오늘날 양국 관계의 현황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한국은 제재 대상 상품 및 기술 목록을 수차례 확대해왔고, 현재 그 수는 1402개 항목에 달한다. 동시에 저는 확연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는 양국 관계를 건전한 발전 궤도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러·한 관계가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러·서방 현 관계와 구분되는 차이점이라고 보았다. 저는 러·한 관계가 러·서방의 관계와 비슷한 적대적인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양국 관계의 완전한 붕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러시아 외교부는 평양의 무인기 침투 사태와 관련해 이를 한국군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한국 측을 비난했다.

“저는 이 문제에 관해 러시아 외교부의 성명에 더 이상 추가할 말이 없다. 예측 불가능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싶다.”

-러시아가 북한에 ICBM 등 군사 기술을 전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측에 추측을 더한 가설적인 추정에 대해서는 논평하기 어렵다. 다만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국제적 의무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북·러 밀착이 한국 안보에 위협이 되면 한국은 우크라에 공격무기 지원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다면 이는 이 분쟁의 추이도, 결과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살상무기 공급이 바꾸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러·한 관계의 성격일 것이며, 제가 앞서 말했던 양국 관계 복원도 상당히 어려워지고 매우 멀어질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파병 문제와, 러시아연방 대통령이 경고한 바 있는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공급이 한국의 안보 상황에 미칠 영향 중, 무엇이 한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러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입장 차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러시아 측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은 끊임없이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한·미 동맹에 핵이라는 요소를 끌어들이고, 한·미·일 군사 삼각관계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그 지역 동맹국들의 행태에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의 협력은 군사적 충돌 위험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는 요소이다.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싶다. 러시아는 안보 불가분 원칙에 기초한 한반도 상황의 정치외교적 해결을 지지하며, 한반도 상황의 위험한 전개를 막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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