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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사설] 연예인들 분쟁에까지 이용된 국회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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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내분 중인 하이브 산하 연예기획사 어도어 소속의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와 어도어 대표를 국정감사에 참고인과 증인으로 불렀다. 국회가 연예인 분쟁을 국정감사 대상에 올린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걸그룹 멤버가 국감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다.

이 멤버는 지난달 하이브 소속 매니저에게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서도 “다른 걸그룹 매니저로부터 ‘(못 본 척)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뉴진스 팬들은 여야 의원실을 찾아가거나 문자·메일·팩스 등을 통해 국감에서 이 문제를 다뤄달라고 집단 민원을 했다. 환노위원장인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두 사람을 참고인·증인으로 채택했다.

국정감사는 주요 국정 현안을 다루면서 정부 정책 수립과 집행에 문제가 없는지 따지고 점검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국정이나 공적 이익과 관련이 없는 연예기획사 내부 분쟁이다. 직장 내 따돌림과 괴롭힘이라지만 연예인 매니저가 인사를 받지 않고 무시하라고 한 것까지 국회에서 따질 문제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상대는 이를 부인하고 있고 사실 관계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연예인은 개인사업자 성격이라 근로기준법 적용이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고용부와 어도어 측을 몰아붙이면서 뉴진스 팬클럽 상징 캐릭터를 의석 앞에 내걸고 개인 유튜브에 생중계까지 했다. 새로 밝혀낸 것도 없었다.

지금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에는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정감사가 이런 사적 이해 다툼에 이용돼선 안 된다. 예산 지원을 받지 않는 사기업은 원칙적으로 국감 대상이 아니다. 민간 단체 중 국감을 받는 곳은 예산 지원이 있는 경우다. 국회는 그동안 기업인 등을 마구잡이로 국감 증인으로 불러 군기를 잡곤 했다. 그래도 최소한 국가 경제 현안이나 비리 의혹 등을 따진다는 명분은 있었다. 아무리 대중의 관심이 크다고 해도 연예기획사 내부 다툼에까지 국회가 나서야 하나. 갈수록 한심해지는 국정감사가 또 다른 희극적 장면을 만들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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