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조문객들이 전남 무안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에서 헌화분향하고 있다/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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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 이달 초 비상계엄이 선포된 데 이어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고, 대통령의 권한 대행이 탄핵당하는 등 12월 단 한 달에 정치적 불안정과 대형 참사까지 겹쳐 시민들은 잇단 사건들에 혼란스럽고 우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29일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 항공 대형 여객기 사고로 시민들은 “주변인이 당했을 일 같다”며 깊은 충격을 받았다. 시민들은 “12월 초로부터 몇 달은 흐른거 같다””뉴스를 보기가 무섭다””사고장면이 생각나 우울하다”는 반응이다.
시민들은 대형참사가 자신이 겪었을 수도 있을 일 같다고 했다. 직장인 남모(26)씨는 “올해에만 수 차례 비행기를 탔는데, 운이 나빴더라면 나에게도 생겼을 일이라는 생각에 우울했다”며 “조류 충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을거 같은데, 미리 대비할 수도 없는 사고에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니 씁쓸하다”고 했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국민 우울감이 급등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전후 한국 성인의 우울 궤적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우울 수준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만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번 참사 역시 비슷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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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비극적 사건이 연말연시에 겹쳤는데, 사고 영상에 반복 노출되며 시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와 동영상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동영상은 학습 효과가 크고 시각적인 이미지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쳐 반복적인 노출로 인해 트라우마를 심화시킨다”고 했다.
반복되는 정치뉴스 범람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도 있다. 택시 기사 전인택(75)씨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연말에 연이어 발생한 대형 사건들로 국가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며 “대형 사고가 계속 터져서 이제 뉴스를 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졸업반이라는 대학생 김채림(22)씨는 “졸업하는 해여서 의미가 크고 연말을 잘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연달아 큰일이 터지니 뒤숭숭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참사 당시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하지 말고, 적절한 애도를 통해 참사로 인한 우울 등을 해소할 것을 제언했다.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참사 당시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직접 재난 상황을 겪은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 반응을 느낄 수 있다”며 “미국의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당시 관련 뉴스를 장시간 시청한 사람들이 고도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신성만 한동대 심리학과 교수는 “슬픔을 느끼되, 이를 억누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조의를 표하거나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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