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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모인의 게임의 법칙]게임심의 철폐와 헌재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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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더게임스데일리

최근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는 게임 심의가 위헌이라는 관련 단체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헌재)가 이를 패스트트랙으로 해서 다뤄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야 위원들의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여당측 한 위원은 지난 1996년 영화의 사전 심의에 대해 이를 검열에 해당한다면서 위헌결정을 내린 헌재의 판결에 경의를 표하면서 게임 심의에 대한 위헌 결정 여부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측 한 위원의 발언도 여당측 위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패스트트랙을 해서라도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지원 위원(민주당)은 표현의 자유, 저항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된다며 헌재가 위헌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팔을 걷어붙이며, 게임심의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정부 역시 올 한해 가기 전 게임심의에 대한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가부간의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심의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22년 대선 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게임계에는 게임내 젠더 문제로 뜨겁게 논쟁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이렇게 되자 여야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게임심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론 정리해 놓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보수진영 후보인 윤 석열 당시 국민의 힘 후보 역시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하며 답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게임 심의에 대해 또다시 화두를 던진 건 올초 진행된 윤 대통령과의 민생 토론회 현장에서다. 한 참석자가 이 자리에서 게임심의 문제를 제기하자, 윤 대통령은 유저 친화적으로 게임 심의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리뭉실하면서도 원론적인 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게임심의에 대한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게임이용자협회 등에서 21만명의 헌법소원서를 모아 헌재에 폐지 유무를 가려달라고 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늦어도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의지도 그렇지만, 정부의 태도 역시 어떤 식으로든 올해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는 게임 심의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며 출범한 기관이다. 초대 위원장은 김 기만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위원회의 성격을 서비스 기관이라고 칭하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오랜 기자 생활을 해 온 언론인 출신이다. 그래서 심의라는 단어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재임기간, 게임 기업과 게임 유저들에게 좋은 정보 및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불과 몇 달 후 심의와는 아주 무관한, 그렇다고 아니다 할 수도 없는, 게임계 최악의 사건인 '바다이야기 사태'가 빚어졌다.

게임위에 앞서 게임 심의를 맡아온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1976년 출범한 한국공연윤리위원회(공륜)를 뒤로하고 출범한 심의단체였다. 무대 공연을 제외하고 모든 문화물은 공륜의 심의를 거쳐야 했는데, 그 악행이 자자했다. 이 당시 영화 검열 시비는 하루가 멀다 할 만큼 끊이지 않았으나, 정권은 이를 외면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등장한 것이 영등위다. 영등위 초대 위원장엔 지난해 작고한 김 수용 감독이 발탁됐는데, 그는 한국영화계의 명장이자 거목이었다. 그가 만든 영화만도 100여 편이 넘고, 그가 히트 반열에 올린 영화는 '갯마을''만추''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역시 심의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만큼 민감했다. 작품에는 손을 대지 않는게 좋다는 이른바 방임주의자였다. 그는 평소 성애물보다 더 나쁜 게 폭력물이라고 일갈해 왔으나, 그런 그도 폭력물 영화의 범람은 막지 못했다. 전 세계적인 영화의 주류가 그 쪽으로 함몰된 시기였던 것이다.

게임을 포함한 영상 심의에 대한 논란은 시대의 흐름과 맞닿아 있거나, 그렇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을 때가 많다. 이를테면 끊임없는 심의 논란에도 불구, 또다시 심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게임위에서 맡아 하고 있는 등급 분류 업무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민간에서 하는 일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기관이 맡아 하는 일이니까 검열이니 뭐니 하는 표현을 쓸 수 있겠으나, 그것도 어찌 보면 억지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 보다는 어떤 잣대를 가져다 쓰고 있느냐에 더 주안점을 두고 평가해야 옳지 않겠냐는 것이다.

더욱이 많은 이들이 게임을 비롯한 영상물에 대해 여전히 사회의 안전망을 거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어떤 나라도 예외는 없다. 그렇다면 심의 철폐에 앞서 운용의 문제를 더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다. 예컨대 등급분류의 체계를 아예 예, 아니오로 단순화하거나, 등급 심의위원의 구성을 재조정해 유저 참여 폭을 넓히는 방식이다.

언필칭, 검열은 철폐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의 안전망은 필요하며, 그 조차 필요없다는 의견이면 무엇보다 사회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답은 무엇일까.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또다른 시작에 불과하다 해야 할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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