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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삐라(대북전단)를 뿌렸다"며 군사적 위협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서)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말 무인기를 보내 서울 하늘을 휘저었던 북한의 '적반하장'식 공세에 대해 우리 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군사적 공격을 도발하면 즉각 응징할 것임을 천명했다.
앞서 북한은 접경지역에 떨어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해서는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이용해 비난과 위협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번에 남측 무인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삐라를 평양 한복판에 뿌리자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어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이 사안에 대한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자 13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KBS1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측 주장에 대해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내부로부터의 위협"이라며 "북한이 흔들리고 있는 내부 통제를 (위해) 또다시 긴장을 고조시킨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평양 대공방어 실패 사실을 인정하면서까지 무인기 침범 내용을 공개한 이유에 대한 설명인 셈이다. 외부로부터 위협을 극대화해 내부를 다잡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선전·선동 행태이기도 하다.
북한은 대공 감시자산으로 촬영한 무인기 형상과 김정은 위원장을 비방하는 삐라 사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무인기의 항적이나 수거된 기체 등을 내놓지는 못했다. 무인기가 성공적으로 평양 상공을 벗어나는 바람에 기체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여정 부부장은 "(만약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보냈더라도) 군이 손털고 나앉아 있었다면 이것은 고의적인 묵인이고 공모이며 무인기 침범 사건의 주역이 다름 아닌 군부 깡패라는 명백한 방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북한은 국방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군 총참모부가 남북 접경지역 일대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전하며 무인기 사태와 관련한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켰다. 북측은 이번 무인기 사태로 허점을 드러낸 평양의 대공방어망을 강화하기 위해 시내에 반항공(대공) 감시초소들을 증강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 정부에 '주범' 또는 '방조자' 프레임을 씌워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북측의 날 선 반응에 대해 "소위 '평양 무인기 삐라 살포'의 주체도 확인하지 못한 북한이 평양 상공이 뚫린 것을 두고 '끔찍한 참변'을 운운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 느끼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받아쳤다.
북한이 이른바 '영공 침범'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군 지휘부를 교체할 개연성도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 뒤 한국의 국방장관 격인 '국방상'을 강순남에서 노광철로 교체했다. 이는 북측이 주장한 무인기 침범일인 지난 10월 3일 이후다. 북한이 군령권을 갖지 못한 국방상을 상징적으로 교체한 데 이어 호위사령부나 평양방어사령부 등의 지휘관을 경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양 하늘이 남측에서 날아온 무인기에 뚫리면서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가 위축될 수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김 위원장의 안위를 위협하는 중대 사건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MQ-9 리퍼의 공대지 미사일에 의해 암살된 사실을 상기할 것"이라며 지난 9일 이후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최근 일부 쓰레기 풍선에 위성항법장치(GPS)를 탑재했다고 공개했다. 풍선을 띄운 시간과 풍향·풍속에 따른 이동위치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정확성을 높이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합참은 "북측 쓰레기 풍선이 풍향 등 기상 상황을 극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동 주미대사는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확보를 위한 대미 외교에 나서겠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김성훈 기자 / 김상준 기자 /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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