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R&D 예타는 평균 소요기간이 2019년 6개월에서 2022년 8.3개월로 늘어났다. 예타를 7개월 내에 끝내도록 한 '국가 R&D 사업 예타 운용지침' 위반이 일상화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학자들은 예타가 필요가 없는 소규모 R&D에 치중하고 있다. 예타 신청 건수가 2019년 83건에서 2023년 51건으로 줄었다는 게 그 증거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 역시 2019년 18건에서 2023년 3건으로 급감했다. 예타가 대규모 R&D의 발목을 잡은 꼴이다.
그럼에도 수백억 원의 국고가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그 타당성을 검증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R&D 예타를 통해 부적정 사업을 걸러내고 사업비를 절감하면서 2018년 이후 25조8000억원의 예산 절약 효과를 봤다. 예타의 이런 긍정적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절차는 여전히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업비가 1000억원이 넘는 연구형 R&D(기초·원천연구와 국제공동연구)는 예타의 대안으로 '전문 사전 검토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민간 전문가들이 사전에 사업을 검토해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락 결정은 가급적 하지 않겠다고 하니 부적정 사업을 걸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 검토제의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했다. 자칫 정부와 민간 전문가 집단 내 인맥이 탄탄한 연구자의 사업이 우선 선정되는 '짬짜미'가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년도 국가 R&D 예산이 29조7000억원이다. 혁신적인 R&D 사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면서도 부실 사업은 가려낼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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