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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기고] 한·필리핀, 함께 꿈을 꾸는 전략적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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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7000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에는 그만큼의 꿈들이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말 남부 민다나오 지역의 해상교량 준공식은 필리핀의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행사였다. 팡일만을 연결하는 교량이 완공되면서 차로 2시간 반이 걸렸던 길을 이제 10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고 하면서 '꿈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했다.

필리핀의 꿈이 한국에 어떠한 기대를 품고 있는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10월 6~7일 국빈 방문 때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대통령이 13년 만에 국빈 방문한 것은 올해로 수교 75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두 정상은 양국이 이제 새로운 75년을 함께 열어가는 '전략적 동반자'가 되었음을 선언했다.

필리핀은 1950년 북한이 남침했을 때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참전한 고마운 나라다.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우선 필리핀은 인프라 황금 시장이다. 지난 4월 루손경제회랑이 발표된 후 마닐라에 본부를 둔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들은 인도·태평양지역 최초 경제회랑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피나이-기마라스-네그로스를 잇는 해상교량 사업과 바탄-카비테 교량 건설사업 등은 한국 기업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986년 동남아에서 처음 원전 가동 직전까지 갔던 필리핀은 현재 원전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바탄 원전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전력난 해소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윤 대통령 방문을 맞이해 양국 정부는 타당성 조사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는데 필리핀이 그리는 동남아 최초 원전 가동국의 꿈에 원전 선진국 한국이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상위 소득 국가 진입을 목표로 하는 필리핀에 한국은 훌륭한 모델이다. 그 점에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필리핀 상원은 이번 국빈 방문을 앞두고 협정 비준에 전격 동의했다. 상원의장은 필자에게 외국인 방문객 중 압도적 1위인 한국이 투자와 교역에서도 선두주자가 되어주기를 꿈꾸면서 동료들을 독려했다고 했다. FTA 협정이 발효되면 필리핀의 5대 교역국인 한국에 자동차 등 필리핀 시장이 더욱 열릴 것이다. 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MOU에도 서명했는데, 양 정상은 비즈니스포럼에서 니켈·코발트 등 2차전지 자원 부국인 필리핀과 제조업 강국 한국 간에 맺은 호혜적 파트너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를 환영했다.

이번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공동선언에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과 '8·15 통일 독트린'을 환영한 것도 의미가 크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유와 평화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한국에 필리핀은 중요한 파트너다. 지난 6월 우리 방산업체가 건조한 초계함 진수식에 참석한 필리핀 국방장관은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을 공유하는 양국 간 방산협력 증진에 각별한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으로 양국 간에는 전략적 동반자로서 함께 꿈을 가꿀 수 있는 튼튼한 가교가 세워졌다.

[이상화 주필리핀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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