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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기자24시] 사라진 '올해의 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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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스트리아는 글로벌 대기업도 별로 없는데 왜 잘나가지?"

지난여름 빈을 여행하면서 들었던 의문이다. 실제로 포브스 선정 세계 2000대 기업에는 한국 기업이 61개나 있지만 오스트리아 기업은 9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득 수준은 오스트리아가 한국보다 1만달러 이상 높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이 3만4469달러, 오스트리아가 4만5851달러였다. 지난 여행 당시 현지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에게서 "오스트리아 기업의 기술 수준이 꽤 높다"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의문을 온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지난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소기업 글로벌화 대토론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를 기반으로 연매출 5000억원대 영산그룹을 일군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은 "오스트리아는 세계적 강소기업들이 많다"며 "자체 완성차 브랜드 공장은 없지만 오스트리아 차 부품회사들이 공급을 하지 않으면 벤츠나 BMW 차량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6%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의 고용 규모는 약 200만명(67%), 매출 규모는 5354억유로(62%)에 달한다. 특히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를 기록한 강소기업을 뜻하는 '히든챔피언'을 171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사정은 딴판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92%가 내수시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나마 이 중 86%는 '타 기업 납품'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다.

그 전략이 한국을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전략만으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에 2000년대부터 히든챔피언 육성 정책이 시행됐지만 그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월 '올해의 히든챔피언 선정에 관한 운영 요령'을 폐지했다. 2016년 딱 한 해 운영했지만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어 중소기업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이듬해부터는 행사가 중단됐던 터다.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니라 중소기업 연구개발 인력 확보 지원을 비롯한 실질적인 히든챔피언 육성 정책이 절실한 시기다.

[이윤식 벤처중기부 leeyunsi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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