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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단독] 체면 구긴 권익위…부산대병원, 이재명 헬기 “징계 혐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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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월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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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 가덕도 피습사건 당시 이 대표를 소방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과 관련해 부산대병원이 관련 직원을 조사한 뒤 “출동 요청이 아닌 헬기 가능 여부에 대한 단순 문의한 것”이라며 징계할만한 별다른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권익위가 의료진·구급대원에 징계 혐의가 있다고 통보한 것과 상반된 결론을 낸 것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부산대병원의 ‘징계의결서’를 11일 보면, 부산대병원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표 헬기 이송 건과 관련해 진료부문과 의사 ㄱ씨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내부 규정에 따라 진료부원장을 위원장으로 공공부원장, 사무국장 등 10명으로 구성된 임상교수요원인사위원회(인사위)에서 결정됐다. 인사위는 ㄱ씨에게 ‘주의’만 주기로 결정했는데, 병원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는 징계는 물론 불이익 처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 일부 언론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달리, 실제 처분은 징계 수위에 이르지 않은 것이다.



이는 앞선 권익위의 판단과 대비된다. 권익위는 지난 7월 이 대표의 ‘응급 의료 헬기 이송 특혜 논란’ 신고 사건을 종결하면서 공직 신분인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의사,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들이 공직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각 기관에 “징계 등 필요한 조처”를 요구했다. 권익위 의결서를 보면, ㄱ씨는 당시 휴무라 권한이 없는데도 부산소방재난본부의 핫라인 회선을 무단 사용해 특정 정당의 부탁을 들어 119응급의료헬기 출동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적혀 있다. 이는 부산대병원 임직원 행동강령이 금지한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도모한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대병원 인사위가 각종 진술을 따져본 결과, ㄱ씨는 헬기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병원 간 이송 헬기를 요청하는데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해 ‘단순 문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ㄱ씨가 “응급의학과 과장으로서 당시 이 대표의 진료현장에 있었고, 응급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 등 필요하면 주치의가 아니더라도 현장에 있던 의료진이 문의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핫라인 회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사위는 “헬기 요청을 하지 않은 이상 이 대표의 부당한 이익을 도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신 ‘주의’를 준 것에 대해선 “단순 문의라고 하더라도 다른 기관(소방)의 후속 조처에 의도치 않게 영향을 끼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ㄱ씨는 단순 문의를 한 것이지만, 소방이 이러한 문의를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헬기 요청”으로 오인했다고는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권익위의 (징계) 의결 사항을 고려했다”며 “(ㄱ씨가) 관련 규정을 잘 숙지해 언행에 보다 신중을 기하라”는 취지에서 이처럼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ㄱ씨의 행위와 무관하게 권익위 의결 자체가 주의 조처를 내린 주된 이유가 된 셈이다.



이 대표 헬기 이송과 관련한 권익위의 판단에 대해선 지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권익위가 엉뚱한 규정을 들어 의료진·구급대원에 징계를 통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출동한 건 일반 소방헬기였는데 권한 등이 세부적으로 명시된 닥터 헬기 규정을 가져와 판단했다는 것이다. 허석곤 소방청장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소방 응급구조 헬기를 병원 간 이송에 활용하는 것은 소방청의 일반적인 사항이다. 매뉴얼 위반은 없었다”며 “(권익위 징계 통보와 관련해) 닥터 헬기는 저희 (소방헬기) 매뉴얼과 다른 부분이 있어, 그 점을 포함할지는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박상혁 의원은 “친윤석열 인사가 장악한 권익위가 특혜를 주장하려고 무리하게 징계를 권고했지만 끝내 잘못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국가 권력 사유화 시도 견제와 권익위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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