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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조류 충돌’ 사고 늘었지만…“참사 주요원인 단정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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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남긴 스키드 마크가 제주항공 여객기 너머로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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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당시 ‘조류 충돌’이 있었지만,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결정적인 원인이었는지 등은 앞으로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항 건설에 최적인 곳은 새들이 머물기에도 좋은 장소이기 때문에 조류 충돌 위협 자체는 무안공항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공항에 상존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공항에서 조류 충돌은 한해 150여건 정도 발생한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9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내 15곳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은 2019년 108건에서 2020년 76건(코로나19 영향 추정)으로 줄었다가,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늘고 있다. 이 기간 조류 충돌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공항은 김해국제공항(141건)이었고, 이번에 참사가 일어난 무안국제공항은 10건으로 국내 공항 중 10번째였다.



한반도는 동북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해 새들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여름에는 남아시아지역에서 번식을 위해, 겨울에는 시베리아·몽골에서 월동을 위해 여러 새들이 찾아온다. 올해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 결과 12월 겨울 철새 95종 132만마리가 우리나라를 찾았는데, 가창오리(26만마리), 쇠기러기(21만), 큰기러기(15만), 청둥오리(14만) 등이었다. 새들은 주요 강·하천의 하구에 있는 습지, 갯벌 등에 서식하는데, 국내 공항 대부분은 이런 철새 도래지와 겹치는 장소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조류 충돌이 빈번하다.



다만 조류 충돌을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다. 한해 150여건 발생하는 조류 충돌이 인명을 앗아가는 사고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미작동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설명되어야 한다. 최창용 서울대 교수(산림과학부)는 한겨레에 “조류 충돌이 모두 사고로 이어지진 않는다. 확률은 극히 낮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큰 사고를 줄이기 위해 예방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시·로이터 등 외신들도 항공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조류 충돌을 원인으로 보기엔 피해가 너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겨레

지난 29일 ‘제주항공 무안참사’가 일어난 무안국제공항 주변의 지도. 바다와 갯벌, 담수호인 창포호 등 새들이 찾아오는 장소들로 둘러싸여 있다.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 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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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무안공항 주변에 철새 도래지가 많다”,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발생률이 특히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위협이 유난히 높진 않다고 지적한다. 갯벌, 농경지, 간척지 등 새들이 많이 찾는 장소들로 둘러싸여 있는 입지는 다른 공항들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인천공항은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했고, 김포공항·김해공항 등도 주변이 철새 도래지다.



만약 조류 충돌 위험이 높았다면 다른 요인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다. 참사 당일 오전 무안공항에는 최소 2명 이상의 조류 충돌 예방 전담 인력이 있어야 했는데 실제 근무자는 1명이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바, 국내 공항별 조류 퇴치 인원은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대구공항·청주공항 8명, 무안공항·광주공항·울산공항·여수공항 4명, 양양공항 3명 등이었다.



또 무안공항은 2007년 설립 이후 올해 처음으로 정기 국제선 노선을 취항해, 참사 당시 갓 3주가 지난 터였다. 유정칠 경희대 명예교수(생물학과)는 “그동안 국제공항으로서 역할이 많았던 곳이 아니라서 올해 위험이 예년보다 높았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처음 찾은 덩치 큰 겨울 철새들이 항공기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아 우왕좌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성하철 전남대 교수(생물학과)는 “새들이 많은 환경에 공항이 세워졌으니 새들이 어디에서부터 날아오는지, 어떤 종들이 어느 높이에서 날아오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규남 3strings@hani.co.kr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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