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북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국내 심해 탐사시추 안전대응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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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에 석유가 난다고 하니 좋십니다. 근데 억수로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8일 오후 경북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내 심해 탐사시추 안전대응 전문가 토론회’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다. 포항 흥해읍 주민 임종백(65)씨는 한국석유공사(석유공사)의 발제가 끝나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질문했다. “지질 탐사 제대로 한 거 맞십니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리 지진 났을 때 책임도 안 진 사람들이라요.”
임씨는 2017년 지열 발전으로 지진(진도 5.4)을 겪은 뒤 꾸려진 피해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다. 흥해읍은 당시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임씨의 집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진 않았으나, 집으로 향하는 도로가 지진으로 부서진 돌덩이와 차들로 꽉 막혀 한동안 대피소에서 지내야 했다. 당시 이 지진은 기상청 관측 사상 두번째로 컸으며,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이듬해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져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당시 지열 발전 사업수행 기관 가운데 한곳이었다. 지난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시민들이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의 공동불법 행위 책임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임씨는 “안전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진 관련 전문가와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안전 문제를 시민에게 알리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공사는 오는 12월부터 약 40일 동안 가스와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정되는 곳에서 1차 탐사시추를 하기로 했다. 시추 예정지는 포항시청을 기준으로 남동쪽 62㎞ 떨어진 수심 1200m 지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동해 가스·석유 유망구조 도출 지역.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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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맡은 김은정 공사 국내대륙붕 안전대응 티에프(TF)팀 차장은 “전통 석유 개발 시추로 유발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지속해서 물을 주입하는 지열 발전과 달리 이번 시추는 인위적인 주입 작업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972년부터 모두 32공을 시추했는데, 시추공 반경 30㎞ 이내에서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한다. 시추공 반경 100㎞ 이내로 범위를 넓혔을 때, 9공에서 6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날 석유 개발 전 과정이 아닌 시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해서만 논의됐다. 1898~2022년 사이 전세계에서 발생한 유발지진 1303건 가운데 전통 석유개발에 따른 유발지진은 11.2%(146건)를 차지한다. 시추로 인한 지진은 단 2건이었지만 가스 생산 과정에서 48건, 원유 생산 과정에서 47건이 발생했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과)는 “석유를 실제로 개발한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유발지진 사례 가운데 지열 발전에 따른 사례는 5.8%(75건)로 석유개발로 인한 사례보다 적지만, 포항시민들은 지열 발전으로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도 국책기관은 지진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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