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내려야” 발언 왜 나왔나
이 대표 발언은 지난 5일 10·16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 때 나왔다. 이 대표는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정치”라고 했다. 이 대표가 ‘끌어내려야 한다’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뒤 대여(對與)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면서도 ‘탄핵’ 관련 발언은 자제해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탄핵 추진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나온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정권 심판’을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재보궐 선거용으로 발언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초단체장 4명을 다시 뽑는 이번 재보선에서 완승해 윤석열 정권을 향한 압박을 선거 이후에도 계속 이어 가겠다는 차원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끌어내려야 한다’ 발언은 단순히 선거용이 아니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총선 이후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해석될 여지를 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당내 의원들의 탄핵 관련 발언들이 나와도 민주당은 해당 의원의 개별적 행동이라며 거리를 둬 왔다.
그런데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다음 달로 잡히면서 야권에서는 이른바 ‘11월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선거법뿐만 아니라 위증교사 사건의 무죄를 확신한다”며 “이 대표도 평온한 상태”라고 했지만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야권이 술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끌어내려야 한다’ 발언으로 야권을 총결집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추진할 이유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닫아놓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4년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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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동행명령 발동까지 거론하고 나왔다.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한 검사 4명이 관련 청문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민주당은 이들 중 3명(박상용·엄희준·김영철 검사)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검사들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동훈 대표는 5일 “‘대통령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우면서 선거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6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탄핵 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배후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 발언”이라며 “이 대표의 1심 판결이 다가오니 민주당이 굉장히 다급한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대표 발언은 형사 피고인으로서 자신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법 이외의 방법으로 결과를 뒤집어 보려는 구상일 뿐”이란 논평을 내놨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구호’ 차원일 뿐 실제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란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6일 “저도 유세 현장에 (이 대표와) 함께 있었는데, 맥락을 보면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며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당론을 모은다든가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한동훈 대표가 ‘일 못하면 언제든 교체한다’는 대의민주주의 일반론을, ‘대통령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로 둔갑시켰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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