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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나라살림 적자에도 부자감세 논란] 상속세 완화, 부자 감세 vs 경제 선순환 논란…유산취득세 전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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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유산취득세 발의 …자녀수 많을수록 세율 낮아져

-작년 중산층 상속세 납부 2만명…완화 필요성 있는지 지적도

세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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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상속세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세 관련 법 조항을 대폭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겠다고 공식화해 상속세 전면 개편을 내놓았다.

하지만 역대급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부자 감세 논란까지 겹쳤는데도 유산취득세 전환 등으로 상속세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내년 상반기 유산취득세 법률안 제출” 의지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상속세 제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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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경제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중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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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세 공평성과 과세 체계 일관성의 유지, 국제 추세 등을 감안해 상속세 과세 방식을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유산취득세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유산세는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한 뒤 상속인들이 나눠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물려받은 재산마다 세금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3명의 자녀가 있는 A씨가 15억원의 유산을 남겼다면 현행 유산세 기준으로 세율 40%가 적용돼 총과세액은 6억원이 된다. 그러나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각 상속인이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세율은 각각 20%로 낮아져 세 자녀의 총과세액은 3억원이 된다. 세 부담이 절반 정도 줄어든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유산취득세는 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에서 전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초부자 감세보다 배우자 공제 상향 등 개편 바람직”

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상속세율은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이하 20% ▲5억~10억원 이하 30% ▲10억~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 등으로 5단계 과표 구간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현행 상속세 공제 한도는 10억원(일괄 5억원·배우자 5억원)으로 1997년 이후 그대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자산 가치가 커지며 과세 대상이 중산층까지 넘어가자 최근 경제 상황을 반영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지난 7월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일괄공제 관련, 과세표준 구간 중 최저세율 적용 구간의 기준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올려 납세 대상을 줄이고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던 30억원 초과 구간을 삭제해 10억원 초과 시 40% 세율 적용 구간을 최고세율 구간으로 감세하고 ▲1인당 5000만원까지 공제됐던 자녀 세액공제 금액을 5억원으로 높이는 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세수는 경기에 따라 단기 등락을 반복하지만 조세 정책은 중장기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25년간 고쳐지지 않은 상속 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단순히 부자 감세보다는 경제의 선순환 측면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로 대대적인 상속세 개편을 벌이려는 정부가 올해 상속세 개정을 별도로 추진한 것을 두고 여소야대 국면을 피해 부자 감세를 이루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상속세는 부자들의 세금으로 여겨진다. 노후를 준비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은 부채 등을 정리하고 배우자·자녀에게 상속할 재산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 일괄공제 기준인 5억원을 넘지 않으면 상속세 납부 대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부자 세금으로 불린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속을 해야 하는 고령층 세대는 자녀가 많은데 지금 자녀 공제를 5억원으로 확대를 하면 중산층이 혜택을 보는지 의문”이라며 “자산과 자녀들이 많은 특정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자녀 공제액을 1억~2억원이 아닌 5억원 수준까지 늘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상속세를 낸 35만명 중 2만명, 상위 6%를 중산층으로 봐야 하는데, 이들을 위해 지금 상속세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초부자 감세를 위한 개편보다 배우자 공제 상향 등을 통해 불합리한 점을 고쳐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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