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 일대서 ‘황제도피’
배상윤 KH그룹 회장./KH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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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 국경 오가며 추적 피해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것은 배 회장이 해외로 도피‧잠적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배 회장은 지난 2022년 6월 미국 하와이로 출국한 이후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도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베트남과 캄보디아 접경지대에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캄보디아 국경은 약 1255km에 달해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작년 3월 배 회장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1년 6개월째 신병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이 의혹과 관련해 KH그룹 임직원 다수를 조사했다. 작년 7월엔 최문순 전 강원지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상태다. KH강원개발이 알펜시아를 인수할 수 있도록 최 전 지사와 KH그룹 측이 계열사인 KH리츠를 허위 입찰자로 내세우기로 사전에 공모한 뒤 입찰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 법조인은 “공모 관계에 있는 최 전 지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만큼, 배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사건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식 공수‧홀인원 축하…'황제도피’ 논란
배 회장이 ‘황제도피’ 생활을 즐긴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작년 5월 배 회장의 도피 생활을 도운 KH그룹 관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배 회장은)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한국 음식을 공수받거나 수행원의 수발을 받으며 호화 리조트, 골프장 등을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또 “횡령한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 상당을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했다.
검찰은 배 회장이 베트남 현지에서 10명 안팎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호화 도피를 즐긴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회장은 가족을 베트남으로 불러들여 ‘요트 선상 파티’를 즐기고,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해 축하 술자리도 가졌다고 한다.
◇법조계 “신병 확보 미루면 안돼”
배 회장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답보 상태에 빠진 다른 수사의 실마리도 풀릴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관측이다. 배 회장은 알펜시아 입찰 비리 의혹 외에도 ‘KH 주가조작’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KH그룹이 미국의 한 바이오회사와 함께 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회사 주가를 띄워 631억원을 챙겼다는 혐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공준혁)는 지난 7월 전 KH필룩스 부회장 안모씨를 필리핀에서 체포해 국내로 송환한 뒤 구속 기소했다.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작년 1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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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외도피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우리나라로 송환되면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수사가 급물살을 탄 바 있다”며 “사법 당국이 배 회장의 신병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법조인은 “‘라임 펀드 비리’ 사태 주범 이인광 전 에스모 회장은 프랑스 현지에서 체포될 때까지 4년 5개월동안 도피 생활을 했다”며 “배 회장 소재 파악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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